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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홀로 '560억 횡령'?…경남은행 내부통제 '허술'

금융/증시

    부장 홀로 '560억 횡령'?…경남은행 내부통제 '허술'

    또 대규모 횡령 사건…'내부통제 마비' 지적
    특정인에 장기간 권한 집중…당국 '예방책'도 안 먹혀
    은행 내부서도 "혼자서는 불가능한 범행"
    "내부 공모자 없다"지만…檢 수사로 진위 밝혀질 듯

    부동산 PF 대출 횡령 사고 발생한 BNK경남은행. 연합뉴스부동산 PF 대출 횡령 사고 발생한 BNK경남은행. 연합뉴스
    BNK경남은행에서 발생한 560억 원대 대규모 횡령 사건을 놓고 은행 내부통제 실패의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위험 업무에 대한 권한이 지나치게 특정인에게 몰려있던 데다가 작년 금융당국이 내놓은 횡령 예방책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직원 홀로 수백억 원을 빼돌렸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지점도 많아 뒤늦게 자체 조사도 이뤄졌지만 "내부 공모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은행의 현재 입장이다.
     
    3일 금융감독원과 경남은행에 따르면 562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이 은행의 이모(50) 부장은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 동안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업무를 담당했다. 올해 초까지 서울영업부의 투자금융부에서 장기간 근무해 온 이 부장은 2016년부터 작년 5월까지 대담한 횡령 행각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지만, 경남은행은 지난달에서야 이를 일부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마저도 은행이 자발적으로 인지한 게 아니라, 이 부장에 대한 검찰 수사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금감원의 지도를 받아 자체 감사를 진행한 결과 알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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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은행이 이처럼 내부 상황 관리에 취약했던 배경으로는 이 부장에게 고위험 업무를 제대로 된 견제 장치 없이 맡겨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장이 근무했던 투자금융부에는 부동산 사업장 대출을 승인하는 직원과 자금을 집행하는 직원이 따로 있긴 했지만, 모두 해당 부서에 속해있었고 두 업무 총괄 권한은 이 부장에게 있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금감원은 작년에 발생한 우리은행 직원의 거액 횡령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의 특정 직원이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장기간 특정 부서에 근무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그해 말 순환근무제 등을 골자로 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경남은행은 올해 1월 이 부장을 다른 지역의 투자금융기획부로 발령 냈지만, 기존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부서였던 것으로 파악돼 형식적 조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금감원도 "은행의 특정 부서 장기 근무자에 대한 순환 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부장의 횡령 방식을 놓고는 경남은행 내부에서조차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부장은 부동산PF 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가족 법인 계좌로 빼돌리거나, PF대출 상환 자금을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시행사나 상환 당사자로선 피해를 본 셈인데, 외부를 통해서건 은행 내부를 통해서건 장기간 범행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내부 감사를 진행했지만 내부 공모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실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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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은행 횡령 규모가 워낙 거액인 만큼 이를 포함한 금융권 임직원들의 횡령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6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들의 횡령사건은 11개사에서 33건 발생했으며 횡령 규모는 592억 7300만 원으로 파악됐다.
     
    금융사별 임직원 횡령액 세부 현황을 보면,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해왔던 직원의 560억 원대 횡령 사건이 터진 경남은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한은행이 7억 1700만 원, 농협조합 6억 1300만 원, 신협조합 4억 3900만 원, 기업은행 3억 2200만 원, 오케이저축은행 2억 5100만 원, KB국민은행 2억 2300만 원, NH농협은행 1억 8500만 원, 코레이트자산운용 1억 6000만 원, 우리은행 9100만 원, 하나은행 72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금융사 임직원 횡령 규모가 가장 컸던 해는 우리은행 직원의 697억 원 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했던 작년(총 1010억 720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이미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횡령액이 불어났다. 금융사 임직원 횡령액은 2017년 144억 7500만 원, 2018년 112억 8400만 원, 2019년 131억 6300만 원, 2020년 177억 3800만 원, 2021년 261억 1500만 원으로 100억~200억 원대였던 것이 작년부터 크게 늘었다.
     
    당국의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현장에서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금감원은 경남은행 건과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경탁 경남은행장은 횡령 사건이 알려진 지 하루 뒤인 이날 "고객과 지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횡령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 은행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며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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