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현 결승타. 연합뉴스약 4시간 30분간 이어진 혈투를 끝낸 건 다름 아닌 '백업' 정주현(32·LG)이었다.
LG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홈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5 대 4로 이겼다. 2 대 4로 뒤진 9회말 박동원의 2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12회말 정주현의 끝내기 적시타가 터져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정주현은 11회초 1루 수비를 맡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후 12회말 2사 2, 3루에서 타석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상대 투수 양현 입장에서는 정주현을 범타로 처리하면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이때 정주현은 양현의 6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과감히 받아쳤고, 공은 유격수 앞으로 흘러갔다.
평범한 땅볼로 흘러갔던 만큼 키움 유격수 김주형이 가볍게 1루로 송구해 아웃으로 처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정주현은 1루를 향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고, 김주형의 송구보다 먼저 1구에 도착했다.
그러자 LG 동료들은 정주현을 향해 달려와 물을 뿌리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때 키움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잠시 분위기가 잠잠해졌지만 심판의 세이프 판정이 나오자 정주현과 동료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정주현. 노컷뉴스
정주현의 간절함이 담긴 주루가 LG의 7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정주현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세이프'라고 외치면서 달렸다"면서 "1루에 몸을 어떻게 날렸는지도 모르겠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에는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정주현이다. 그는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아서 팀의 승리에 보탬이 돼 정말 기쁘다"면서 "지난해에는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올해는 백업이라도 뛸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비디오 판독을 지켜본 순간 동료들 모두 한마음으로 정주현을 응원했다. 정주현은 "나는 세이프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팀 동료들이 '무조건 세이프'라고 말해줬다"면서 "동료들이 그렇게 말해줘서 안심이 됐다"고 웃었다.
백업이었던 정주현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가 됐다. 하지만 정주현은 "나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다. 이 팀에서 오래 뛸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이날 정주현의 활약에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주현이 마지막에 허슬 플레이를 하면서 만들어 낸 내야 안타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