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로 창녕갈릭버거를 출시했지만 정작 창녕에는 맥도날드가 없다. 맥도날드 제공최근 맥도날드가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한정판 신메뉴를 선보였
다. 국산 농축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통해 국산 농가의 판로를 확대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자는 취지에서다.
2021년도 '창녕갈릭버거', 2022년 '보성녹돈버거'에 이어 올해는 '진도대파크림크로켓버거'가 출시됐다. 진도의 명물인 대파를 이용한 진도대파크림크로켓버거는 지난달 출시 이후 일주일 새 50만 개가 팔릴 만큼 열풍을 불고 있다.
창녕갈릭버거도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3년 연속 출시돼 누적 판매량이 300만 개를 넘겼으며 보성녹돈버거도 120만 개가 팔렸다.
하지만 정작 맥도날드는 창녕·보성·진도에는 매장이 단 한 곳도 없다.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제품이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맥도날드를 탓할 일은 아니다.
맥도날드 매장은 서울에만 96개의 매장이 있는 것에 반해 전남, 충북, 강원은 한 자릿수다.
전라남도 22개 시군구 중 순천·목포·여수·무안·광양 등 5개 지역, 경상북도 22개 시군구 중 김천·구미·경주·포항·영천 등 5개 지역에만 매장이 있다. 경상남도에는 30개 매장이 있는데 이 중 대도시인 창원시에만 13개가 몰려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방 소도시에 비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 입점 관련 제반 요소를 충족하는 지역들이 다수 분포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 측이 설명하는 매장 입점 제반 요소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주거 인구 증가 지역 △차량의 진 출입과 접근성이 좋은 위치 △도로변에 위치해 가시성이 좋은 입지 등이다.
창녕에 거주하는 대학생 류모씨는 "창녕갈릭버거가 전국에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 막상 지역 사람들은 함께 공유하지 못한다"며 "마늘을 재배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근한 광고도 찍었지만 막상 창녕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려면 대구까지 가야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피자알볼로는 진도 흑미도우를 선보였지만 진도에는 피자알볼로가 없다. 피자알볼로 블로그 캡처외식업계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로컬푸드를 적극 소비하는 '로코노미' 트렌드가 열풍이다. 로코노미란 로컬(Local)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신조어로,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적 특색을 담은 제품을 말한다.
지역 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로코노미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때문에 CU, 오뚜기, 스타벅스 등 다양한 기업이 '로코노미' 트렌드를 좇고 있다.
하지만 열풍 뒷면에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어두운 그림자가 도렸다.
커피빈과 풀바셋 커피전문점에서 고창 수박주스를 출시했지만 정작 고창에는 해당 매장이 없다. 피자알볼로는 '진도 흑미 도우'를 브랜드 상징으로 포지셔닝했지만 진도에서는 피자알볼로를 맛볼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시군구 중 소멸 위험에 진입한 지역은 67곳, 고위험 지역은 51곳이다. '로코노미'의 대표격인 고창, 보성, 진도, 창녕은 모두 고위험 지역에 속한다.
인구 감소는 대부분 지방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인천과 경기,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제주를 제외한 10개 시도에서 인구가 전년 대비 최대 -0.9%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