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제공5일(토)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한 김민우씨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친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 17일 밤 낯선 국제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자신을 필리핀 영사관에서 근무한다고 소개한 전화 속 사람은 김민우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족들은 이틀 전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났던 김씨가 이틀 만에 사망했다는 황당한 이야기에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외교부에 문의하고 나서야 김씨가 보라카이 호텔방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시 결과 김씨 사망 원인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급성 심장마비였다. 김씨는 마흔 살 젊은 나이에 평소 병치레도 없이 건강했다고 한다.
여권도 없던 어머니가 서둘러 필리핀으로 갈 방법을 고민하던 그때, 필리핀에서 김씨 장례를 돕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박성현(가명)씨다. 알고 보니 박씨는 김씨와 함께 보라카이로 여행을 갔던 20년 지기였다. 사망한 민우 씨를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그였다.
그러한 박씨가 친구인 김씨 장례를 손수 치른 뒤 유골함을 들고 귀국하겠다고 하자 가족들은 큰 고마움을 느꼈다.
박씨는 김씨 사망 닷새 뒤 유골함과 유품을 갖고 귀국했다. 공항에 도착한 가족이 김씨의 마지막을 함께해 준 박씨에게 고마움을 표하려는데, 그의 언행이 다소 이상했다. 한겨울에 기내용 슬리퍼를 신고 나타난 박씨는 여행에서 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는 가족에게 자세히 얘기하기를 꺼렸다.
박씨는 그저 사망 당일 새벽 김씨와 숙소에서 술을 마시다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김씨가 사망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유골함과 유품이 담긴 김씨 배낭을 건네줬다. 배낭 속에는 정리되지 않은 젖은 옷가지가 어지럽게 담겨 있었다. 휴대폰이나 반지 같은 중요한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족이 다시 김씨 장례를 치르는 동안 박씨는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뒤 박씨는 김씨가 생전 자신에게 빌려간 돈 6천만원이 있는데, 이걸 가족이 대신 갚아 달라고 연락해 왔다. 채권자가 자신으로, 채무자가 김씨로 돼 있는 공증문서도 증거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생전 김씨는 신발 제조 공장에서 성실히 일하면서 적은 월급을 열심히 저축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가 박씨에게 6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빌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 옷에서 수면제로 쓰이는 졸피뎀 성분이 발견된 것이다.
김선춘 국과수 대전과학연구소장은 "졸피뎀은 술이랑 같이 먹으면 더 위험한 약물"이라며 "신경 억제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반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검안의는 김씨 혈중 알코올 농도조차 기록해 놓지 않은 채 사인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급성 심장마비'로 단정했다. 김씨 가족은 친구 박씨 말만 믿고 김씨 사망 원인을 의심하지 않았다. 박씨가 "현지 사정이 열악하다"며 서둘러 화장할 것을 주장해 그의 말에 따랐다고 했다.
그렇게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는 상황 아래 뒤늦게 김씨 옷가지에서 졸피뎀이 발견된 것이다.
제작진은 "취재 결과 보라카이에서 졸피뎀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김씨는 물론 그의 가족들도 졸피뎀을 처방받은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친구 박씨는 지난 5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김씨와 아침 7시까지 술을 마시고 잠들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부검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호텔방 안에서 둘만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증거도 남아 있지 않다.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뜻밖의 증언을 확보했다. 아침 9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틈에서 시신을 목격했다는 관계자는 시신의 자세와 상태가 특이했다고 이야기한다"며 "배가 과하게 부풀어 올라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고, 자세 또한 술을 마시다 잠들었다고 보기에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까지 술을 마시다 각자 잠들었다는 박씨 주장과 목격자 증언 가운데 진실은 무엇인지 이번 주 방송에서 추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