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문' 김용화 감독.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세계적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시작한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관객들을 극장이 아닌 집으로 돌렸다. 사람들은 이른바 '극장용 영화'와 'OTT용 영화'를 구분 짓기 시작했고, 전 세계 영화계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발걸음을 다시 극장으로 돌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 즉 관객이 극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일찌감치 고민한 게 김용화 감독이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 고'(2013)를 만들기 위해 2011년 덱스터 디지털(現 덱스터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압도적인 VFX(시각효과) 시장에 뛰어든 건, 김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을 낭떠러지에 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도전'이었다. 이 모든 건 관객이 극장을 찾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런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덱스터는 명실상부 최고의 VFX 스튜디오가 됐고, 그는 '신과함께' 시리즈에 이어 '더 문'이라는 도전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그가 그리는 한국형 SF의 미래는 어떤 길인지 그리고 무엇이 자신을 끊임없이 도전으로 내모는지 말이다.
영화 '더 문' 스틸컷. CJ ENM 제공 한국형 SF에 대한 고민
▷ 천문학자인 심채경 박사는 '더 문'을 보고 "우주에서 우주선이나 우주 비행사가 움직이는 모습들이 낯설지 않았고, 다큐멘터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주선 연구 개발, 달 탐사 연구 전문가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열었는데 당시 반응이 어땠나? 너무 행복하고 감격해하셨다. 다들 우시고…. 내가 너무 기뻤다. 감사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 뭐랄까, 회한도 너무 많으셨던 거 같다. 영화가 어쨌든 극화해야 하는데, 극화한 장면에서도 크게 이물감 없이 잘 받아들이시고 되게 재밌게 보신 것 같다. 박사님들 모신 메인 관에 가서 인사드리는데, 살아서 그렇게 큰 박수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 나 역시 '더 문'을 보면서 못다 이룬 한국의 우주 진출의 꿈을 대신 이뤄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했다. 그분들의 활동과 현재 받는 처우, 향후 지원까지 살펴본 결과 이 영화가 나와서 우주 항공 산업 분야가 조금이라도 관심받길 원했다. 지금 갈 곳은 우주밖에 없다. 달에는 어마어마한 자원이 매장돼 있다. 기착지로서의 효용을 떠나서 달 패권 때문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다.
▷ '더 문'에서 감독에게 가장 도전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불호가 많은 장르적인 벽을 깰 수 있냐 없냐였다. 그러려면 영화 스토리도 좋아야 하고 감정도 좋아야 하고 비주얼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아야 한다.
▷ 보통 SF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SF와의 비교를 많이 한다. 그러나 시장의 규모라든지 기술력을 생각한다면 사실 할리우드의 것을 그대로 따라가기 어렵다고 본다. 또 그럴 수도 없다면 할리우드와는 다른 한국만의 SF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형 SF'의 청사진을 제시한 '더 문'의 감독으로서 '한국형 SF'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먼 미래를 안 갖고 왔으면 좋겠다. 현실 가능한 이야기, 봤을 때 저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어느 정도 현실 바닥 발을 붙인 이야기이면 조금 더 장르적인 저변이 넓어지지 않을까. 스페이스 오페라의 경우는 진입장벽이 두텁다. 아직 '더 문'이 관객분들과 만나지 않아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지금 벌어져도 크게 무리 없는 이야기를 시도해 보면 좋지 않을까.
영화 '미스터 고'와 '신과함께' 시리즈 스틸컷. ㈜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끝나지 않은 김용화 감독의 도전
▷ '미녀는 괴로워' '미스터 고' '신과함께' 시리즈 등을 통해 전신 특수 분장, 풀(full) 3D 리그 카메라 촬영, CG 등 기술의 한계를 넘고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무엇이 계속해서 도전으로 이끄는지 궁금하다. 내가 그런 걸 거창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냥 운명인 거 같다. 운명처럼 타성에 젖을 만한 시기에 당대 최고의 슈퍼바이저가 몰려와서 미국엔 제임스 카메론이 있고 피터 잭슨의 웨타 디지털이 있고, 조지 루카스의 ILM이 있는데 한국에서 감독님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냐. 그렇다면 모이겠다. 그것도 운명인 거 같다.
그리고 하다 보니 나도 계속 똑같은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거다. 나에게 이런 기회비용이 주어졌을 때 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안전한 삶이 있을까? 없다. 그럼 똑같은 기회비용이 주어졌다고 하면 나를 더 낭떠러지로 세우는 게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뭔가 소기의 성과는 있을 테니까. 덱스터처럼.(*참고: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 제작을 위해 지난 2011년 덱스터 스튜디오의 전신인 덱스터 디지털을 설립했다.)
▷ '더 문'에 도전하며 얻은 즐거움은 무엇이었나? 그게(위 답변 참고) 고통이라고 치면, 얻을 수 있는 모든 게 장벽이다. 안 해봤어도. 두렵고. 그런 것들이 하나씩 이뤄질 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쾌감이 있다.
▷ '더 문'을 통해 앞으로 풀어보고 싶은 과제가 생겼을지 궁금하다. 일단 나보다 훨씬 더 드라마라든지 이야기를 잘하고 연기도 잘 디렉팅하는 감독님이 많이 계시니까, 또 다른 사명이 있다고 하면 그런 분들이 좀 더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장르를 계속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 단, 관객들이 사랑할 수 있는 영화로.
▷ 이제는 영화를 통해 여전히 극장이 살아있고 계속되어야 함을 보다 더 부단하게 증명해야 하는 것 같다. 감독이 생각하는 극장의 의미란 무엇이며, 또 감독으로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화적 체험'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이야기 듣고 싶다.
'더 문'으로 집약해서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흔히들 요새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 너무나 활성화됐기 때문에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규모와 드라마를 너무 잘 만든다. 굳이 극장 영화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이걸 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극장에서 체험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감정과 스토리도 중요하고, 그 위에 극장에서만 압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공간일 수도 있고 플롯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 무덤을 계속 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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