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지목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가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세월호 참사 9년 만에 송환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250억원대 횡령 혐의로 최근 구속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차남 혁기(50)씨가 검찰의 체포 영장 집행이 부적절했다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된 유씨의 구속적부심사를 진행한 뒤 기각 결정을 했다. 구속적부심은 피의자가 구속의 적법성을 다투며 법원에 재차 판단을 요구하는 절차다.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면 검찰은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유씨 측은 2014년 우리나라 검찰이 미국에 있던 유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당시 제출한 체포 영장과 이듬해 제출한 영장이 다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우리 검찰은 유씨에 대한 첫 체포 영장에 292억원 횡령 혐의만 적시했지만 이듬해 다시 발부받은 영장에는 10억원대 조세 포탈 혐의가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범죄인 인도 조약 15조(특정성의 원칙)에 따르면 범죄인은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 추가 범죄로 인도 청구국에서 처벌받지 않는다. 한국 검찰이 유씨를 추가 범죄로 기소하려면 미국 당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즉 유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영장에 대해 미국의 동의를 받지 않아 체포가 위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유씨는 아버지의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공모해 컨설팅 비용 등 명목으로 모두 250억원을 받아 개인 계좌나 해외 법인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는 아버지의 사진 작품을 제작한 미국 아해 프레스(AHAE PRESS)INC의 자금을 마련하려고 여러 계열사로부터 사진값 선급금 명목으로 받은 158억원이 포함됐다.
나머지는 유씨가 세운 경영 컨설팅 업체를 통해 계열사로부터 빼돌린 68억원과 누나 섬나(57)씨가 운영한 디자인컨설팅 업체로부터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24억원이다.
앞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유 전 회장 일가를 지목하고 경영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검찰은 유씨가 아버지인 유 전 회장의 '경영 후계자'라고 판단하고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며 세월호 참사 후 9년 만인 최근 그를 미국에서 강제 송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