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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없는 '김연아 동상'…무분별한 공공조형물, 애물단지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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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없는 '김연아 동상'…무분별한 공공조형물, 애물단지로 전락

    산본로데오거리 정중앙에 프로프즈존…7년째 이용자 없어
    '김연아 동상'은 초상권, 성명권 못 얻어 얼굴도 못 그려
    설봉공원에 설치된 이래탑, 흉물로 전락해 철거 위기
    권익위 공공조형물 건립 개선 권고에도 절반 이상 미이행

    경기도 군포시 산본로데오거리의 프로포즈존. 이준석 기자경기도 군포시 산본로데오거리의 프로포즈존. 이준석 기자
    하루 평균 수천명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산본로데오거리 중앙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은 '프로포즈존'으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산본로데오거리상인회가 군포시 등으로부터 2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2016년 12월 31일 설치했다.

    로데오거리를 찾는 연인들이 이곳을 활용해 프로포즈하라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7년이 지난 현재까지 프로포즈 장면이 목격되지 않고 있어 '프로포즈 없는 프로포즈존'이라 불리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프로포즈 없는 '프로포즈존', 김연아 없는 '김연아 동상'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철쭉공원에 설치된 김연아 동상. 이준석 기자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철쭉공원에 설치된 김연아 동상. 이준석 기자
    23일 오후 1시 산본로데오거리에는 점심 시간을 맞아 수 많은 시민들이 몰렸지만 이들 중 누구도 '프로포즈존'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다만 일부 어르신들이 프로포즈존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조형물을 그늘막으로 사용했다.

    로데오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54)씨는 "산본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했지만, 여기(프로포즈존)서 프로포즈하는 사람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며 "상인회와 군포시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조형물을 2억원이나 들여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군포시민 조모(33·여)씨는 "보는 눈도 많고 로멘틱하지도 않은데 누가 이런데서 프로포즈를 하겠냐"며 "아무리 사랑하는 남자친구라 해도 여기서 프로포즈를 한다면 정이 뚝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로데오거리에서 1㎞가량 떨어진 철쭉공원에 설치된 '김연아 동상'도 예산 낭비의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앞서 군포시는 지난 2010년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4억 5천여만원을 들여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지구 위에서 스파이럴 자세를 취하는 모습의 동상을 세웠다.

    군포는 김연아가 자란 도시다. 조형물 주변엔 그의 출신교인 신흥초교와 도장중, 수리고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군포시가 김연아 선수측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초상권, 성명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아 동상에 김연아 선수의 얼굴을 그리지 못했다.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공공조형물…철거 위기까지


    경기도 이천시 이래탑. 이천시 제공경기도 이천시 이래탑. 이천시 제공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었지만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해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공공조형물도 있다.

    2001년 8월 세계도자기엑스포를 맞아 이천시 설봉공원 입구에 설치된 높이 21m, 스테인리스 재질의 이래탑은 지역 주민의 대표적인 휴식처인 설봉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흉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천의 정체성과도 거리가 먼 공공조형물로 설봉공원의 아름다운 전경마저 가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결국 이천시는 지난 2021년 철거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철거'를 원한 시민이 62.9%로 절반을 넘었고 '기존 조형물 활용'은 31.5%에 그쳤다.

    이천시 관계자는 "현재 공공 조형물을 정비하기 위해 주민들 의견을 수렴한 결과, 당장 이래탑을 철거하기 보다는 보강을 통해 지역과 시대 흐름에 맞게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익위, 공공조형물 건립 개선 권고…절반 넘게 권고 미이행


    이처럼 국민의 혈세로 지은 공공 조형물이 무분별하게 건립돼 흉물로 방치되는 등 예산낭비와 사후관리 부실 비판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4년 주민 의견 수렴, 심의 기준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지자체에 권고했다.

    5년이 지난 2019년 권익위가 권고 이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절반이 넘는 144곳이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 관계자는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조성으로 인한 예산 낭비와 주민 불만을 방지하려면 지자체별로 공공조형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자체별 이행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이른 시일 내 제도개선이 완료되도록 독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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