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 뮤직 제공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유수 K팝 그룹을 배출한 하이브가 미국에서 걸그룹 오디션을 연다. K팝 제작 시스템을 앞세워 팝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인데, 전 세계에서 지원자만 12만명이 몰리는 등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5일 하이브에 따르면, 하이브와 유니버설뮤직그룹(UMG) 합작법인 '하이브×게펜 레코드'는 오는 29일 오전 11시(한국시간)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젝트 참가자들 면면을 공개한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2021년 UMG 산하 레이블 게펜 레코드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 현지서 진행되는 해당 오디션 프로젝트 이름은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The Debut: Dream Academy·이하 '더 데뷔')다.
하이브의 아티스트 제작 방식이 가동되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12만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7만명은 참가자 모집 공고가 나고 1주일 안에 오디션 영상을 보내 올 만큼 높은 열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뷔 후보들은 이들 지원자 가운데 대면·비대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다. 후보들은 12주 동안 경쟁을 펼친다. 최종 데뷔 멤버들을 뽑는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하이브 측은 "이번 프로젝트 이름에는 세계 각지에서 뮤지션이라는 같은 꿈을 지닌 채 모인 젊은이들이 데뷔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도전한다는 뜻을 담았다"며 "전 세계 시청자들은 서로 다른 지역적·인종적 배경을 보유한 연습생들이 K팝 제작 시스템 속에서 경쟁하고 성장하고 성취해 가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이 같은 대규모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은 '단순히 K팝이 아니라 K팝 제작 시스템이 세계화 돼야 한다'는 방시혁 의장의 소신이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방 의장은 미국 현지에 2년 가까이 상주하면서 '더 데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 왔다.
'더 데뷔' 프로그램에 대해 인터뷰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존 재닉(John Janick) 게펜 레코드 회장. 인터뷰 영상 캡처방 의장은 콘텐츠 공개에 앞서 존 재닉 게펜 레코드 회장과 가진 대담에서 "세계의 재능 있는 청년들에게 K팝에 기반한 멋진 그룹 멤버가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꿈이 있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미국 시장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이브는 이번 오디션에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한 미국 현지 인프라를 총동원할 계획이다.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활동 과정에서 축적한 네트워크도 십분 활용된다.
이에 따라 '더 데뷔'는 30년간 쌓아 온 K팝 유산을 세계 최대 팝 시장인 미국에 본격적으로 이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방 의장이 "K팝이 진정한 세계 주류가 되려면 K를 뗀 '그냥 팝' 그 자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이브 측은 "K팝이 K를 넘어 팝 그 자체가 되는 것은 두 갈래로 가능하다"며 "먼저 한국에서 만들어진 K팝이 세계화 되는 것, 나머지는 제작 시스템 자체가 해외에서 뿌리내려 본토 팝 시장을 공략하면서 저변을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자의 경우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등 다양한 성과가 나고 있으나, 이제는 제작자들이 해외에서 K팝 제작 시스템을 통해 현지 인재들을 발굴, 또 다른 방식의 세계화에 성공해야 할 때"라며 "'더 데뷔'는 후자에 승부를 거는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