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연합뉴스8개월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벌인 가상 대결에서 52%의 지지율을 얻어 38%에 머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기 좋게 누른 후보가 있었다. 누구일까?
최근 '에셸론 인사이트'가 실시한 공화당 대선 경선조사에서 12%를 얻어 15%를 기록한 라마스와미에게도 밀려 3위로 추락한 후보가 있었다. 누구일까?
정답은 둘 다 플로리다 주지사인 론 디샌티스이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트럼프 대항마'로까지 불렸던 디샌티스 주지사가 흔들리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디샌티스의 돌풍'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지만, 지금은 많이 시들해졌다.
이미 지난 23일(현지시간) 공화당이 대선 경선 첫 토론회를 열면서, 내년 7월 최종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까지 11개월간의 경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디샌티스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올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서 그를 기소한 연방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최철 기자먼저 '배신의 아이콘'이 그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트럼프를 뛰어넘기 위해 '반(反) 트럼프' 전략을 들고 강한 어조로 트럼프를 공격하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애초부터 '리틀 트럼프'라고 불렸던 태생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디샌티스는 트럼프와 러시아간의 비밀거래를 수사하던 로버트 뮬러 당시 특별검사를 맹비난해 트럼프의 눈에 들었고, 결국 2017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로 지지를 이끌어냈다.
경선 기간 동안 디샌티스는 자녀들에게 트럼프의 상징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이 새겨진 점퍼를 입히고, 트럼프의 정책을 가르치는 광고를 내보내며 자신이 친(親)트럼프임을 연일 홍보했다.
이런 약점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냥 지나칠 리는 없었다.
디샌티스의 인기가 한창 높았을 때, 트럼프는 자신이 지지한 덕분에 디샌티스가 주지사로 처음 당선됐다고 말하면서 "디샌티스가 출마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 매우 충성스럽지 못하다고(great act of disloyalty) 생각했다"며 불출마를 압박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디샌티스를 견제하는 모습을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공화당 토론회에도 호기 있게 불참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에 나가지 않았는데도, 토론회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5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응답자의 5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13%를 차지한 디샌티스를 무려 39%포인트 앞선 것이다.
말 그대로 토론회 참석도, 2위 후보 견제도 필요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오히려 디샌티스의 설 자리를 없앴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법원앞으로 몰려와 격론을 벌이고 있다. 최철 기자지난 3월 뉴욕 맨해튼 지검이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한 기업 문서 조작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하면서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이 두드러졌고, 그만큼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쪼그라들었다.
트럼프는 이후 3번 더 기소됐는데, 기소될 때마다 후원금과 지지율이 폭등하면서 디샌티스의 이름을 자연스레 지워나갔다.
끝으로 디샌티스가 타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설득력 없는 정책·전략에 집중하면서 중도 성향 지지자들 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가 벌인 디즈니와의 '문화전쟁'과 낙태 찬성론자나 성소수자들(LGBTQ+)과의 끝없는 대립은 외연 확대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낙태 이슈의 경우 여성들을 중심으로 진보는 물론 중도와 보수 일각에서도 1년 전 '대원의 낙태권 폐기'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최근 실시된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를 봐도 미 국민 중 낙태 찬성 비율은 62%, 반대는 38%였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선거대책본부장까지 교체하며 추격의 전기를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인도계 기업가이자 '젊은 피'인 라마스와미가 급부상하면서 2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신세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