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캡처예능프로그램들이 스타들 논란의 '뒷수습'을 자처하고 있다. 출연자들에게 발생한 논란을 역이용 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화제성을 높이는 모양새다.
SBS 예능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은 '돌싱'(이혼을 통해 돌아온 싱글) 남성 스타들의 수다를 테마로 한다. 결혼 적령기를 넘은 남자 스타들이 주인공이었던 '미운 우리 새끼'에서 파생된 프로그램인만큼, 그들의 여성관, 결혼관을 넘어 '사회적 남성성'의 증명이 계속된다.
여자친구와 스킨십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남성성 과시에 이른바 'TMI'(Too much information·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정보)로 불리는 지나친 사생활 정보값까지 섞이니 이를 불편해 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다만 어디까지나 익명의 '여자친구'였기에 이런 사례들이 크게 논란이 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김준호가 공개 연애 중인 김지민과의 스킨십 에피소드는 달랐다. 지난달 방송에서 김준호는 스킨십 관련 이야기에 "'어제 (키스) 해봤다' 하는 사람 손 들자"라며 본인이 먼저 손을 들었다. 이에 다른 출연자들이 "이런 이야기 김지민이 좋아할 거 같지 않다", "그런 이야기는 뭐하러 하는 거냐"라고 지적했지만 김준호는 "사랑하고 공개 연애하는데 뭐 어떠냐"며 장난식으로 넘겼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성과 스킨십을 마치 자랑의 척도로 여기는 행태도 그렇지만 공개 연애 중인 연인과의 스킨십 근황까지 시청자들이 굳이 알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두 사람은 공개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를 적극 방송에 노출하며 예능 에피소드로 활용해왔다. 김지민은 연인 김준호를 지원 사격하기 위해 '돌싱포맨'에 종종 출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뜨거운 반응을 얻자 김준호가 빈번하게 김지민을 소환하면서 갈수록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여론을 인지했겠지만 제작진은 아랑곳없이 바로 다음주 방송에 김지민을 '돌싱포맨'에 출연시켰다. 소개팅 테마의 이 방송에서도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술자리에서 거짓말을 한 김준호를 김지민이 혼내는 구도가 그려졌다. 김지민은 마치 그간 문제점을 통틀어 지적하듯이 "앞으로 방송에서 내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다. 슬슬 끝내게"라고 일침했다. 연인 김지민의 뒷수습을 통해 논란은 일단락 됐을지언정, 결국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제기한 불편함마저 일회성 예능 소재로 변질된 셈이다.
방송 캡처이 같은 흐름은 같은 달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의 추자현·우효광 부부 에피소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추자현 남편 우효광은 2021년 한 여성을 무릎 위에 앉힌 사진이 공개되면서 불륜설에 휩싸였다. '동상이몽2'를 통해 사랑꾼 이미지를 구축했기에 그 타격이 더욱 컸다. 때문에 4년 만에 다시 아내 추자현과 함께 '동상이몽2'로 돌아온 우효광을 향해서도 싸늘한 시선이 많았다.
이에 '동상이몽2'는 두 사람이 대놓고 불륜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시청자 정서를 직접 자극하는 해명 방식이었다.
우효광은 "그 일(불륜설)은 지금까지도 마음 속에 괴로움으로 남아있다. 복잡한 마음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 당신 걱정하게 했으니 미안하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그러자 추자현은 "(해당 여성은) 친구고 같이 아는 사이지만, 사람들은 모르지 않느냐. 너무 조심성이 없었다. 당신이 해명하고 싶어 했지만 왜 못하게 했냐면 이미 잘못된 동작을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비우호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많은 사람들이 (우효광을)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당신이 만들었다. 당신은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 없다. 사람들을 실망 시켰으니 그들에게 미안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 두 사람이 사적으로 나눌만한 이야기를 시청자 설득을 위해 연출한 게 불편할 뿐더러 우효광을 꾸짖는 아내 포지션으로 추자현이 '방패막이'처럼 이용됐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불륜설 이슈가 있는 출연자를 기용했으면 제작진은 당연히 이에 대한 부정 여론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적극 활용해 화제성을 높이고, 'TMI 남발' 해명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일각에서는 이를 용감한 '정면돌파'로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면돌파'는 문제 제기에 맞서 충분한 고심 끝에 당사자가 스스로 떳떳하게 의견을 전달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슬쩍 웃어 넘기려고 하거나, 의도를 갖고 연출된 방송 안에서 이뤄지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들 프로그램과 스타들은 시청자 부정 여론을 직면·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 논란은 다수 시청자들의 부정 여론이 쌓였을 때 발생한다. 입장 표명까지는 못해도 제작진은 이를 면밀히 살펴 최소한 내용에 반영하려는 노력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 논란을 벗어나고 싶은 출연자와 화제성을 키우고 싶은 제작진의 이해관계에만 치중하고, 시청자 여론을 뒷전에 둔다면 책임 회피성 뒷수습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