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최호선. 노컷뉴스디펜딩 챔피언 일신여상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주장 최호선(18·179cm)은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일신여상은 29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체육관에서 열린 제34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 19세 이하(U19) 여자부 4강전에서 강릉여고에 세트 스코어 1 대 3으로 패했다. 최근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일신여상의 3연패를 향한 도전이 막을 내렸다.
고등학교 3학년인 최호선에겐 이번 CBS배가 일신여상 유니폼을 입고 나선 마지막 대회였다. 후배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아쉽게 무산됐다.
마지막 대회였던 만큼 아쉬움이 컸던 최호선은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경기 후 "모두 잘했는데 더 단단하게 뭉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3학년 선배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록 대회 3연패에 실패했지만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최호선은 "이번 대회에서 그동안 준비한 플레이가 경기에 나왔고, 열심히 한 걸 보상받는 기분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한 팀으로 뭉쳐서 이만큼 올 수 있었지만 결승에 가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고 거듭 아쉬워했다.
이번 CBS배는 2023-2024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나선 마지막 대회이기도 하다. 최호선은 "올해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주장 완장을 차고 대회에 나선 만큼 부담감도 컸을 터. 최호선은 "고등학교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대회라 더 중요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서 "후배들이 힘들어할 때 독려하면서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하려 했다"고 밝혔다.
함께 동고동락한 후배들을 생각하니 다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최호선은 "많이 부족하지만 1년 동안 잘 믿고 따라와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졸업한 뒤에도 항상 뒤에서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신장 179cm의 아포짓 스파이커 최호선은 왼손잡이로 상대가 받기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한다. 이번 대회에서 승부처마다 강서브를 선보인 그는 "서브를 할 때 스핀이 반대로 돌아서 상대가 처리하기 까다롭다"면서 "서브를 강점으로 내세워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명맥을 이어온 CBS배는 김연경(흥국생명), 문성민(현대캐피탈) 등 걸출한 스타들을 여럿 배출해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차세대 스타의 탄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저컵 U19 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최호선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호선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프로에 간다면 막내로서 에너지와 자신감을 잃지 않고 팀의 분위기를 띄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호선이 롤 모델로 삼은 선수는 세계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꼽히는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다. 그는 "나는 키가 큰 편이 아니라 타점이 높지 않다"면서 "점프를 높게 뛰고 빠른 스윙을 하는 보스코비치의 모습을 보고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다음달 10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2023-2024시즌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를 개최한다. 최호선이 여자부 7개 구단의 선택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