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 장비. 연합뉴스"바다에 들어가면 물을 마시게 돼요. 그런데 언젠가는 오염수가 섞이게 되니까…"
경기도내에서 15년째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활동해온 A(40대)씨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청천벽력 같았다. 생계 터전인 바다가 졸지에 방사능 우려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방사능 농도에 문제가 없다거나 국내 해역에 도달하는 데 4~5년은 걸린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몸을 담그고 호흡해야 하는 A씨 입장에서는 좀처럼 불안감을 떨치기 힘든 상황.
"호흡기를 입에 물면 어느 정도 마실 수밖에 없죠. 당장 방류가 시작됐으니 두려운 겁니다. 강사 마음도 이런데, 수강생들은 오죽할까요?" 여름 한 철 특수인 스쿠버다이빙의 경우, 수심이 깊고 수중 가시거리가 양호한 동해와 남해(제주도 등)가 주무대다. 비교적 일본과 가까워 오염수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다.
실내 다이빙 시설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바다를 대신할 순 없다고 한다. 스쿠버다이빙 공인인증은 바다에서만 취득이 가능하다.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수강인원이 해마다 줄어 반토막 난 가운데, A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가까스로 버텨오다 오염수 방류라는 더 큰 파고를 맞닥뜨린 셈이다.
29일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염수 사태로 수강생이 더 줄어들까 걱정된다"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괴담 취급하니까 속마음조차 털어놓지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불안하다"…오염수 여파에 위축된 해양레저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에 한 남성 서퍼가 서핑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또 다른 해양레저 스포츠인 서핑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00명 규모 서핑동호회인 '바다로와'의 김수연(40·여) 회장은 오염수에 대해 과도한 의혹제기를 경계하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일본 주도의 검증 절차와 향후 불확실성에 관해서는 대체로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여러 의문점들이 존재하는데도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고 방류가 서둘러 진행돼 안타깝다"며 "공개된 자료들의 타당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모르겠고, 오랜 세월이 흘러 소리 없이 미치게 될 영향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파도가 높고 강한 양양과 속초 등 일명 서핑 성지로 불리는 지역이 동해에 몰려 있는 것도, 애호가들의 근심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오염수 경로 시뮬레이션을 보면 영향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변수에 따라 더 빨라진다는 얘기도 있어 서퍼들 각자가 계속 활동할지 판단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바다 대신 인공서핑장을 찾는 회원들도 있으나, 수도권에 있는 시설 한 곳이 전부인 데다 비용 부담도 커 100만 명에 육박한 서핑 인구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김 회장은
"시흥시에 있는 시설 한 곳뿐으로 하루 10만 원 이상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이번 방류는 비용을 우선시했다던데, 시간과 돈이 더 들더라도 믿을 만한 연구와 논의가 이뤄졌더라면 우리의 부담과 불안감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종사자 생업 위기감에도 공론화조차 '부담'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바닷물과 직접 접촉해야 하는 해양레저 스포츠계도 움츠러드는 양상이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스쿠버다이빙과 서핑, 카약·카누, 바다낚시 등 해양레저계에서 활동 중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한 동호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우려하는 일부 게시글에 '구멍난 원전에 물 붓고 바다로 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 아니냐', '이미 엎질러진 물', '지금 수치상 정상이어도 나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문제가 있었다면 벌써 생겼어야 했다', '과학적 진실이 있어 안전하다' 등 지나친 불안감 조성을 비판하는 댓글들도 게재되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A씨처럼 강좌를 운영하는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생계 위협에 대한 호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수산물 검사 강화와 어민·소상공인 지원 방안 등 경제·산업을 중심으로 오염수 방류 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해양레저 분야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오염수 논의 자체가 정치적 쟁점으로만 부각되면서 관련 대책을 찾기 위해 공론화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해양레저인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서핑업계 한 관계자는 "방류를 수용하든 반대하든 정치적 해석에 따라 서로 눈치만 본다"며 "그럼에도 대부분 불안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뢰의 문제, 여론 수렴+공감대 형성 필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일대 모습. 연합뉴스이에 대해 전문가는 오염수가 실제 해양 스포츠(신체)에 미치는 부작용 여부보다는 관련 사안에 대해 국민적 '신뢰'와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게 논란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오염수 방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야별 구성원들을 포용하고,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전남대 수산해양산업관광레저융합과 권진구(해양레저 전공) 교수는 "수산물 섭취에 비해 레저는 오염수 노출에 따른 영향도가 낮을 것"이라면서도 "종사자나 애호가들의 걱정이 크다는 것은 안전성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과 공감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양레저인들의 활동은 스포츠 외에 관광, 식품소비 등 확장성이 크다"며 "그들의 우려를 충분히 수렴해주고 자체적인 검증 노력과 신빙성 있는 정보 제공으로 정부와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