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의 49재를 이틀 앞두고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을 촉구하는 전국 교사들의 집회가 7주째 이어졌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 약 20만명이 모였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직후 토요일인 지난달 22일 첫 집회 참여 인원은 주최 측 추산 5천 명이었지만, 이날 집회엔 전국에서 교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앞서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49재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교육부의 엄중 대응 방침에 교사들의 분노가 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경기 고양시와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교사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추모 열기가 커졌다.
이날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우리들은 끝까지 한다",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교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이들은 "올여름 교사 생존권을 이야기하며 모여 살려 달라고 서로 살리자고 외쳤지만, 또 2명의 동료를 잃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현재까지 서이초 교사를 포함해 서울에서 2명, 전북에서 1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했다.
이어 "6년 동안 도저히 살 수 없어 생을 저버린 선생님이 100명이 넘는다"며 "여름 내내 꿈쩍 않던 국회, 교사들은 파면 해임하겠다는 교육부, 교장 교감과 교사들을 갈라놓는 교육청 우리가 50만 총궐기를 할 때까지 도대체 이분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이초뿐만 아니라 의정부 호원초와 다른 수많은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진상을 규명하고 악질적 민원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단상에 오른 한 교원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마을은 어떻냐"고 묻자, 집회에 참석한 동료 교사들은 "무너졌다"고 외치기도 했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숨진 서이초 교사와 함께 교사 생활을 함께한 동료 교사이자 친구라고 밝힌 선생님들도 이날 단상에 올라 "따뜻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한명 한명 살펴봐 주는 세심한 선생님이었다"며 그를 기억했다.
한 교사는 "작년 학급의 힘든 일로 병가 중이었을 때 서이초 선생님에게 받았던 진심 어린 위로는 큰 힘이 되었다"며 7월 18일 이후 우리의 삶도 함께 멈췄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서이초 교사와 대학원 동기였다고 밝힌 한 "점점 가르칠 용기를 잃어가고 있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 공감해 주라고, 약한 자를 지켜주라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라고 실천하라고 가르칠 수가 없다"며 "동료 교사들이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이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단상에 오른 교사는 "아이가 어려움을 호소해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할 때도, 자해나 자살 사고를 가지고 있는 위기 학생을 상담하려 할 때도 동의하지 않는 학부모가 많다"며 "학교와 상담실에 대한 불신만 늘어놓고 아동학대 처벌법을 악용해 신고한다고 협박하는 학부모에게 '자기 아이는 괜찮다고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동학대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날 집회 참여 교사들은 교육부를 향해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 등 교육 관련 법안 개정 등 교권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의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이 조항은 정서적 학대 행위가 광범위하게 적용돼 교사에게 정당한 교육활동이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더불어 각종 민원과 문제행동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사의 연대와 외침에 교육청과 교육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동참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