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불법 촬영 사건과 관련해 관할 교육청이 가해 학생들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린 가운데, 피해 교사를 중심으로 "실효성 없는 징계"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의 전문성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불법촬영 고교생들 '전학 처분'…교육청 "고3인데 퇴학 가혹해"
지난해 부산 A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불법 촬영' 사건과 관련해 관할 교육당국은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B군 등 3명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다.
B군 등은 2023년 말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교사들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해 서로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불법 촬영물만 수백 개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는 B군 등의 행위를 심각한 교권 침해 사안으로 판단했고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학생 조치결정 기준'에 따라 6호 전학 또는 7호 퇴학 처분을 논의했다.
처분 수준은 사안의 심각성과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교사와의 관계 회복 가능성 등 항목에 점수를 매겨 정해진다. 총점이 17~21점에 해당할 경우 전학과 퇴학이 모두 가능하다.
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은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전학 처분을 결정했다. 일부 의원은 논의 과정에서 퇴학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가해 학생들이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임을 고려해 전학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강제 전학 처분의 경우 가해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옮겨 졸업할 수 있지만 퇴학 처분이 결정될 경우 검정고시 등을 통해 고등학교 학력을 다시 인정받아야 해 진로에 더 큰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불법촬영 피해 교사들 "아무런 실효성 없는 처분" 반발
교권보호위원회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가해 학생들이 졸업을 앞둔 상황임을 고려해 퇴학이 아닌 전학 처분을 내리자 불법촬영 피해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피해 교사는 "학생들이 이미 수능을 치렀고 대학도 합격한 상황에서 전학을 보내는 건 사실상 아무런 처벌이 되지 못한다. 강제전학 조치의 경우 생활기록부에도 기록되지 않는다"며 "여전히 불법촬영으로 신체·정신적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교육청에 전달했음에도 왜 이런 처분이 나왔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조치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위원회의 결정은 교사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할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주로 교권 보호 위주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가해자가 학생이다 보니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도 한다. 당시 위원들은 전학 처분으로도 피해 교사와 가해 학생의 분리 조치가 가능할 걸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권보호위원회로 안건이 넘어가면 교육청은 결과를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결과에 불만이 있을 경우 행정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외에도 피해가 심각할 경우 민사나 형사 고소 진행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권보호위원회 교육지원청 이관에도 "전문성·일관성 못 갖춰"
교권보호위원회가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지 1년이 됐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문성과 처분 기준의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권보호위원회는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교원지위법 등이 개정되면서 각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이관됐다. 기존에는 학교장 요청에 의해서만 열렸던 위원회는 개정 이후 피해 교사가 요청하는 경우에도 개최되도록 요권이 완화되기도 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학교가 아닌 지역교육청에서 열릴 때 현장에서 교사들이 갖는 기대는 훨씬 더 일관성 있는 결과가 나올 거란 점이다. 또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다른 지역 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기보다 선도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점에서 미흡한 결정이라고 본다"이라고 말했다.
조경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장도 "이 정도 사안에도 퇴학 처분이 안 내려진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심각한 피해가 있을 때 퇴학 조치가 나올지 모르겠다"면서 "모든 걸 강력한 처벌로 해결하면 교육은 의미가 없어지지만 단호한 처벌이 필요한 사안도 있다. 교육위원회가 교육청으로 이관되고도 이번 사례처럼 때로는 교육적이지도 않고 단호하지도 않은 처분이 종종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