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주변에 지난달 31일 숨진 초등학교 교사 A씨를 추모하는 화환들이 늘어져 있었다. 양형욱 기자자신이 일하던 초등학교에서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제를 앞두고 이번에는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교사도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사들의 연이은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추락해 숨졌다. A씨의 시신 발견 당시 범죄 혐의점은 없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A씨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경찰 조사에서 유족들은 "A씨가 평소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힘들어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들이 많이 발견됐다"며 "서이초 사건과 같은 과도한 학부모 민원 등이 있었던 사실은 현재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 유족들은 생전 A씨가 학생 생활지도 등 학교 업무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지난 2일 CBS노컷뉴스에 "체육 시간에 학생들을 통제하는 일로 (고인이) 힘들어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뉴스에서 나오듯이 요즘엔 불만이 있으면 주저 없이 선생님에게 항의 전화를 하고 따진다는데 그런 일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숨진 초등학교 교사 A씨를 추모하는 이들이 남긴 글귀가 적힌 메모지들. 양형욱 기자더 나아가 교사단체들은 경찰과 교육당국을 향해 A씨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서울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14년 차 교사인 A씨는 육아 휴직 후 지난해 2학기 교과전담교사로 복직했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6학년 담임을 맡고 나서 연가와 병가 등 휴가를 길게는 한 달 이상 사용했다. 숨진 당일은 지난 7월 15일부터 시작된 질병휴직이 끝나는 날이었다.
서울교사노조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고인은 가족 관계나 양육 관련 등에 대한 문제가 없었다"며 "작년 학교 생활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6학년 담임교사를 맡으면서 학급 생활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으며 학년 초부터 병가와 질병휴직을 할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의 죽음과 관련해 학교 측의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학교 측에서 사건을 은폐하고 개인사로 축소하려는 정황도 확인되었다"며 "제보에 따르면 학교 측에서는 9월 1일 두 차례의 부장회의를 통하여 '학교에는 책임이 없으며, 고인의 사망 원인은 개인적인 문제'라는 입장을 교사들에게 이야기했고, 동료교사들에게 학교 얘기를 밖으로 발설하지 않도록 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혹이 불거지자, 이미 A씨가 일하던 초등학교에는 A씨를 추모하는 조화, 포스트잇 등이 뒤덮이는 등, 서이초 사건 당시와 유사한 반응이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3일) 엄수된 고인의 발인식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혹여라도 선생님이 고통받은 부분이 있으면 철저히 조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인터넷에서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나쁜 사람들도 있는데 철저히 조사해서 고인의 가시는 길이 아름답게 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