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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사업장 위기 관리'에도…중소 건설사들은 'SOS'

금융/증시

    당국 '사업장 위기 관리'에도…중소 건설사들은 'SOS'

    편집자 주

    부동산 호황기 때 토지주, 부동산 신탁사와 손을 잡고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주로 아파트 외(外) 신축 사업에 뛰어들었던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 전쟁에 따른 자재 값 상승, 글로벌 긴축 기조와 맞물린 부동산 경기 냉각 등 반전된 환경 속에서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완료한다는 '책임준공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막대한 채무를 떠안고 도산 위기에 내몰린 곳이 많다. 이들 사이에선 불가항력적인 사업 환경 반전에 따른 각종 부담을 건설사에 집중시킨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 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소·중견 건설사 위기는 이들과 얽힌 금융권의 리스크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현장 상황과 관련 대책을 CBS노컷뉴스가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부메랑 된 '책임준공' 약속③]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 '빨간불'
    당국 위기관리 조치에도 '냉기류' 흐르자
    대한건설협회, 당국에 'SOS' 건의문 전달
    "불공정 계약 구조 개선" 요구 담았지만
    정부는 '계약 적극 개입 어려워'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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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싣는 순서
    ①고물가·불경기에…흔들리는 중소 건설사들
    ②"중소 건설사 위기 배경엔 불공정 신탁계약…'공생구조'로 바꿔야"
    ③당국 '사업장 위기 관리'에도…중소 건설사들은 'SOS'

    대한건설협회는 시공능력 100위 안팎 유명 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법인회생) 신청 사례를 나열하면서 "대부분 책임준공 확약 의무로 인한 자금난으로 위기를 견디다 못해 발생한 일들"이라며 금융당국에 'SOS' 신호를 최근 수차례 보냈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주로 비주택 건설이 진행 중인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에서 고물가·불경기에 따른 각종 추가 비용 부담이 중소·중견 건설사에 과도하게 집중돼 위기가 이어지는 만큼 숨통을 틔워달라는 취지의 건의문을 전달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해당 사업장 위기관리를 작년 말부터 이어오고 있지만, 다양한 사업 참여 주체들 가운데 시공사(건설사)에까지 해당 관리 효과가 충분히 미치진 못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호소다. 대출 금융기관과 부동산 신탁사 등 사업에 참여한 다른 이들과 적절하게 리스크를 나눠 부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손을 뻗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쪽에선 이미 맺어진 민간 계약 사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해 경영난에 봉착한 중소 건설사들이 단시간에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2월부터 부동산 신탁업계, 금융투자협회 등과 상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 현황 파악과 위기관리·지원을 계속해왔다. 시공사가 자체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로 책임준공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 대출 금융기관, 신탁사와의 준공 기한 연장 협의가 이뤄지도록 돕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관계사들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빠르게 조정해 사업장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이는 부동산 사업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모임으로,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대주단 공동 관리 절차가 시작되면 협약에 따라 대출 만기 연장 등 지원이 기존보다 완화된 요건 하에 신속하게 이뤄진다. 금융위는 사업장에서 시공사 부실이 심각하게 발생할 경우 부동산 신탁사가 원활하게 대체 시공사를 찾을 수 있도록 대한건설협회와의 협업으로 후보군 구축 작업도 했다.
     
    이처럼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이어져왔지만,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에서의 중소 시공사 사정은 여전히 위태로운 모양새다. 해당 사업 계약상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시공사는 사업을 위해 토지주가 받은 대출 원리금에 대한 상환 의무를 즉시 함께 져야 한다. 당국 지원 등으로 대주단의 만기 연장·준공 기한 연장 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져 단기(3개월 내외) 연장된 기한 내에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원리금 상환 의무는 사라지지 않아 미분양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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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건설협회는 이런 계약 구조가 현장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연장 기한 내에 공사를 마쳤다면 시공사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현장 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6월과 7월 금융위에 연달아 전달했다. 이에 더해 물가 폭등 등 통제 불가능한 사유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을 시공사에게 집중시키는 계약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건의문에 덧붙이면서 "신탁사의 리스크는 시공사의 리스크로부터 출발되기에 근본적으로 시공사에 대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계 당국에선 해당 주장에 거리를 두는 기류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업) 계약 영역에 대해 당국이 개입하는 건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건설사 리스크는 금융위의 관리 영역 밖이라는 시각도 감지된다. 약관규제법에 근거해 불공정 약관에 대한 삭제‧수정 지시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도 비슷한 입장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투자 과정에서 합의에 의해 결정된 사안에 대해 불공정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며 "중소 건설사 보호 관련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체결된 계약이 문제라면, 사법적으로 다툴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 관행 개선 추진이 필요하다는 건설업계의 목소리에 대해선 "요구가 있다면 따져볼 것"이라며 "앞으로 맺는 계약에 대해선 주의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칫 그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뒤따를 수도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공사로선 뾰족한 해법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등의 요주의 사업장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상승 추세이지만, 급속도로 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안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들 가운데 건설사의 목소리는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정부의 보호 정책 실행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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