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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 정부에 맞짱 토론 제의…"현장 소리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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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계, 정부에 맞짱 토론 제의…"현장 소리 들어야"

    김정남 기자김정남 기자
    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놓고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사이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전례 없는 공동 행동에 나섰고, 정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는 직접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하고 싶다며 '맞짱 토론'을 제의했다.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내년 R&D 예산 삭감에서 맞부딪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예산 삭감의 명분으로 지목되고 있는 '카르텔적 요소'다. 6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가 계속 언급하고 있다.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R&D 현장 일부에 '카르텔적' 요소가 있었다는 점을 완벽하게 부정할 수 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분야로는 '중소기업 지원' 쪽을 지목했다. 다만 주 본부장은 "전체가 카르텔이라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라며 "(R&D 현장의) 비효율성을 걷어냈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과학기술 연대회의의 한 관계자는 "당연히 카르텔적 요소가 있었다는 것은 문제고 우리도 그런 부분은 예산을 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그것과 출연연, 기초연구와는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카르텔을 얘기하면서 출연연과 기초연구비를 깎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예산 삭감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 정부의 새로운 국가 R&D 지침인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의 선회'에서도 정부와 과기계의 입장은 맞선다. 정부는 12대 국가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플래그십 프로젝트 위주로 예산을 배정해 바이오, 우주, 반도체, 양자 같은 첨단 산업을 키울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될놈'에게 힘을 더 실어준다는 방침이다. 국가 전략기술에 투입하는 예산은 올해보다 6.1% 늘렸고, 젊은 과학자 육성과 관련한 지원도 대폭 확대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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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계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전형적인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젊은 과학자 리스트를 확인해보니 정부가 중점적으로 밀어주는 분야의 신진 연구자들이었다. 물론 훌륭한 분들이시지만, 소외된 분야의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도 "지금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과실만 따먹겠다는 식으로 다른 뿌리에는 물 줄 돈 없다고 하면, 그 해 농사는 당장의 과실을 따먹을 수 있겠지만 그 과수원의 다른 곳은 황폐해 질 것"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R&D 예산의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해 상대평가를 도입해 20%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지점에서도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대립각을 세웠다.정부는 R&D 사업의 하위 20%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게 해 국가 임무 중심의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기계는 과학적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한 과기계 관계자는 "기초연구 같은 경우 그 자체가 성과가 너무 느리고 사업화하기가 힘들다"면서 "하위 20%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할 때 비리를 저질렀거나 사기를 치는 것은 연구원 사기를 망치고 먹칠하는 것이니 무관용 원칙으로 절대 평가해서 잘라야 한다. 하지만 열심히 연구했는데 '가설이 틀렸다'고 아예 연구를 못하게 한다는건 과학적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연구는 실패해도 그 자체로 데이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과학기술계는 출연연과 노조, 정부 부처 노조 등이 참여하는 첫 연대회의(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가 지난 5일 출범했다. 노조 뿐 아니라 출연연 소속 연구자들과 공무원 노조까지 힘을 함친 것이다. 그동안 노조별, 단체별로 성명서를 내거나 집단 행동에 나선 적은 있지만 이들이 함께 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학회, 교수협의회, 학생회 등과도 연대할 계획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정부가 보도자료나 기자간담회로만 일방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주장할 게 아니라, 처음으로 과기계가 뭉친 연대회의와 마주 앉아 정책 토론을 할 것을 제의했다. 이어확 국가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노조 뿐 아니라 출연연 연구자들, 정부 관계자들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순수 과학기술을 위해서"라면서 "건설적으로 정책 관련한 제언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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