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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보다 더 긴 600년 역사 '가야'…세계유산 등재 '코앞'

경남

    조선왕조보다 더 긴 600년 역사 '가야'…세계유산 등재 '코앞'

    삼국 위주 고대사에서 소외된 경남 뿌리 '가야' 17일 세계유산 등재 전망
    우리나라 16번째이자 경남 4번째 세계유산
    단편적 기록 말고 역사서 없는 가야사, 인류 공동 보존 '탁월한 보편적 가치' 인정

    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이다. 낙동강을 이용해 내륙교통 중심지에 위치한 고분군으로,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 수는 1천여 기에 이른다. 경남도청 제공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이다. 낙동강을 이용해 내륙교통 중심지에 위치한 고분군으로,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 수는 1천여 기에 이른다. 경남도청 제공
    그동안 삼국(고구려·백제·신라) 위주의 고대사 연구에서 소외되고 잊혔던 경남의 뿌리인 '가야'가 세계 유산 등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유산 등재는 고대 국가인 가야가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해야 할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어서 세계 속의 가야로 재조명될 전망이다.

    경상남도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도는 등재 심사가 있는 17일쯤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고, 박완수 경남지사와 가야고분군이 있는 김해·함안·창녕·고성 등 시장·군수와 합천군 부군수 등 대표단을 꾸려 16일 출국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되면 경남도가 2013년 6월 문화재청에 김해 대성동고분군과 함안 말이산고분군을 처음으로 세계유산 등재 신청한 지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로 기록된다.

    2013년 12월 세계유산 잠정 목록 등록 이후 2018년 7월 3개 시도, 7개 시군에 걸친 7개 고분군으로 확대했다. 2021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1년 반 동안 유네스코 자문 심사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의 심사를 받아 왔다.

    이후 지난 5월 이코모스로부터 세계유산 '등재 권고' 판단을 받았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통상 이코모스의 권고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전례를 보면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해 보인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야고분군은 경남의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를 비롯해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두락리고분군 등 7개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다. 아라가야 지배층의 고분군으로, 탁월한 경관을 갖춘 가야 남부지역 대표 고분군이다.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200여 기의 고분이 발견됐다. 경남도청 제공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다. 아라가야 지배층의 고분군으로, 탁월한 경관을 갖춘 가야 남부지역 대표 고분군이다.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200여 기의 고분이 발견됐다. 경남도청 제공
    우리나라의 16번째 세계유산이며, 경남에서는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통도사(2018년), 남계서원(2019년)에 이어, 4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7개 고분군 모두 각 가야의 중심지에 위치하며 지배층의 무덤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고분군의 입지·묘제·부장품 등을 통해 각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여러 세력이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비교적 동등한 수평적 지위로 결속했던 가야연맹의 정치체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여러 국가가 고대국가로 발전하는 단계를 엿볼 수 있는 유산이라는 점을 인정받게 된 것으로, 소멸된 가야문명의 존재를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이자 중국·한국·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역사발전 단계의 사례로 인류사에 특별한 가치를 지닌 것이 입증됐다.

    단편적인 기록 말고는 제대로 된 역사서를 남기지 못했던 고대 왕국 '가야'는 삼국과 견주어 독립적인 정치 세력을 유지하고 문화를 영위한 고대국가였다.

    실제 가야의 역사는 약 600년에 이른다. 조선왕조 500년보다 더 긴 역사의 시간을 갖고 있다. 고려도 450년이다. 가야역사가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러나 기껏해야 삼국사기, 삼국유사, 일본서기 등에서 개략적인 기록만 남아 있을 뿐이다.

    가야고분군을 통해 가야 각국의 독창적인 문화가 발견되고 있다. 왕묘의 출현과 고분군의 군집·위계화는 가야 시대의 계층적 구조를, 묘제의 도입과 변화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이다. 중국-백제-가야-왜를 연결하는 해양 교역로의 중심에 조성된 소가야 지배층 고분군으로 5~6세기 무렵 조성됐다. 10여 기의 고분이 있다. 경남도청 제공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이다. 중국-백제-가야-왜를 연결하는 해양 교역로의 중심에 조성된 소가야 지배층 고분군으로 5~6세기 무렵 조성됐다. 10여 기의 고분이 있다. 경남도청 제공
    이코모스도 가야고분군은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 체계를 유지하면서 주변의 중앙 집권적 고대 국가와 공존했던 가야의 문명을 실증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인정했다. 또,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한 유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가야고분군은 특정 국가나 민족의 유산을 넘어, 인류 전체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유산으로 우뚝 서게 된다. 가야고분군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더 많은 해외 관광객이 경남으로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가야사의 조사·연구·복원 사업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경남도 차석호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오랜시간 열정을 가지고 준비한 만큼 가야고분군이 반드시 세계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믿는다"라면서 "이번 기회에 가야고분군의 역사적 가치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문화유적지로 보존‧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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