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14일 차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단식 14일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건강 악화로 단식 농성장을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당 대표실로 옮겼다.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학적 소견이 나왔지만, 이 대표 본인은 여전히 단식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의료진 중간 보고에 따르면 통상 단식 10~14일을 넘기면, 의학적으로 불가역적 손상이 오는 것을 감안하면 한계에 이르렀다고 한다"고 밝혔다.
천 비서실장은 "이 대표의 체온, 혈당. 혈압 등이 심각하게 비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저체온증으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단식 7일째부터 전해질 불균형을 보였고, 어제(12일)부터는 부정맥 빈도가 많아진 데다 체중 감소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향후 심각한 이상 소견이 발생하면 단식 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하루 단위로 건강 상태를 파악하던 주기를 하루 2~3회로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에게는 심장박동 패치를 붙여 의료진이 24시간 상태를 보기로 했다.
건강이 악화하면서 이 대표는 이날 농성장을 야외에서 당 대표실로 옮겼다. 이 대표는 야외 천막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휴식을 취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두 번 받았는데 겉으로는 건강한 척하지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가려고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표실로 단식장을 옮긴 이유는 단식을 더 이어가겠다는 이 대표의 결연한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단식 14일차를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와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김근태계 모임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이날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더미래 대표 강훈식 의원은 "대표 건강을 우리 당의 운명처럼 느끼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빨리 대표가 단식을 그만두시는 게 옳지 않냐는 말씀을 전하러 왔다"며 걱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더민초 소속 윤영덕 의원도 "초선 의원들이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에 대해서 분노하면서 대표님과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민평련 소속 우원식 의원은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면 상대(정부·여당)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그동안 정치의 기본이었는데 기본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여당 대표는 같이 국회에서 뭔가 해나가야 할 사람인데 조롱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에 이 대표는 고맙다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상식을 파괴하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단식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