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검찰이 뉴스타파와 JTBC 그리고 취재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것을 두고 '언론탄압'이다 언론자유의 시계가 독재정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나와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JTBC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입건했는데,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 아닌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법 이름이 깁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70조 명예훼손 위반으로 입건이 됐습니다. 뉴스타파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그렇게 명시돼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제70조 3항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서는 고소나 고발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인지해서 수사에 착수한 겁니다.
윤 대통령이 처벌의사가 있는지 여부는 추후 확인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정다운> 처벌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언론사를 압수수색 하는 게 맞나요?
◆권영철> 검찰 특별수사팀의 이름이'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지 않습니까? 이미 검찰은 '대선개입 여론조작'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수사에 착수한 겁니다.
연합뉴스수사팀에 검사 10명을 투입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특수부 2개 부가 투입되는 셈이니까요. 2013년 윤석열 검사가 팀장이던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이었고, 팀장과 검사 6명으로 출범했습니다.
이미 팀을 구성하면서 수사의 방향이 나와 있는 만큼 검찰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을 걸로 보입니다.
◇정다운> 결국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걸로 봐야 하나요?
◆권영철>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발족하고 뉴스타파와 JTBC를 전격 압수수색 하는 걸로 보면 대통령의 의중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을까요? 특히 윤 대통령과 뉴스타파는 악연이 있습니다.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밤 11시에 윤 후보자가 2012년 검사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직접 소개해줬다고 말하는 통화녹음 파일이 뉴스타파에 공개되면서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윤 후보자는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고 일관되게 발언하다. 녹음파일이 공개된 뒤 "오해가 있다면 명확히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청문회 말미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6일 대선을 사흘 앞두고 뉴스타파가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면서 악연이 더 깊어졌을 겁니다.
특히 뉴스타파가 '검찰 특활비 공개'에 앞장서 왔는데, 어제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하는 날이 뉴스타파에서 검찰의 특활비 내역을 공개 하는 날이었습니다. 검찰 특활비 기사는 뒤로 밀렸고요.
◇정다운>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나요?
◆권영철> 비슷한 사례가 박근혜 정부 때와 김대중 정부 때 있었습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에 대한 칼럼을 쓴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할 때, 대통령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침묵했습니다. 검찰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박씨가 처벌을 원하는 것으로 간주해 기소했습니다.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칼럼 내용은 허위이지만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된 적이 있습니다.
1998년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의 이른바 '공업용 미싱 발언'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박아야 한다고 했으니 말이 심했죠, 당시에는 여당이던 국민회의에서 고발해 형법상 모욕죄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된 전례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검찰이 알아서 적극 수사에 나선 사례들입니다.
연합뉴스◇정다운> 윤 대통령이 처벌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지 않는다면, 검찰에서 알아서 처벌을 원한다는 걸로 인식하고 움직인다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심기를 살펴서 판단하지 않겠습니까? 정당한 절차라면 신학림씨와 김만배씨의 녹음파일이 '허위 인터뷰'라는 사실을 밝히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그리고 2012년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팀이 조우형씨를 봐준 게 사실인지 여부를 밝혀야 합니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하면서, 사실관계 확인보다 검찰 수사가 앞서 가는 건 언론에 대한 압박이자 탄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등 11개 언론현업과 시민단체들은 어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아들 단체들은 "오늘은 뉴스타파와 JTBC, 그리고 두 명의 기자였지만 권력의 충견이 된 검찰이 겨냥하는 것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 전체다. 이 모든 사태는 대통령실이 '대선 때 김만배 인터뷰는 희대의 정치 공작'이라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여당 대표가 '사형에 처해야 할 중대한 반국가 범죄'라는 엄포를 놓은 데서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타파에서도 입장을 밝혔는데요, "검찰은 오늘 오전 뉴스타파 사무실과 한상진 기자, 봉지욱 기자 자택에 동시에 들이닥쳤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며 뉴스타파, MBC 기자들을 무더기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지 단 하루 만의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뉴스타파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피해자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윤석열 한 사람의 심기를 보위하려고, 바로 오늘 검찰은 일사불란하게 충성 경쟁에 나선 것"이라며, "과거 독재정권 시절보다 더 흉포하게 전개되는 뉴스타파 탄압의 폭력적 시작이 바로 오늘 검찰의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다운>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이 언론파괴 수준'이라고 표현했네요.
◆권영철> 박광온 원내대표는 15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이 거침이 없다. 언론 파괴 수준"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폭정규탄·국정 쇄신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뉴스타파와 JTBC, 그리고 소속 기자들의 압수수색을 거론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 언론보도로 명예 훼손이 있으면 언론중재나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그러나 지금 정부는 1년 반전, 대선 전에 보도에 대해서 방심위와 방통위, 검찰까지 모두 나서서 해당 언론사와 기자, 제작진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이 지켜보고, 국제사회가 경고하고 있다. 계속되면 국민의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언론은 결코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되지도 않는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정다운> 그런데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지 않습니까.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대상이 아니지 않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취재기자들이 검찰에 질문을 했는데요, 검찰 관계자는 "(기존 수사하는 배임수·증재 사건과) 증거와 피의자가 공통되면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고 답했습니다.
또 뉴스타파는 그렇다 치더라도 JTBC는 명예훼손 혐의뿐인데 압수수색이 가능하냐? 라는 질문에는 "증거와 피의자 공통된 경우 관련사건으로서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되도록 돼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법조인들에게 물어보니 "김만배씨가 신학림씨에게 돈을 준 것을 언론사 임직원에 대한 부정청탁으로 보고 그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으니,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다목에 따라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까지 수사하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면 뭐든 붙일 수 있으니까 이런 방식의 법운용이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다"면서, "직접 관련성 이란 게 굉장히 모호하고 포괄적이다. 법을 잘못 만들어서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운> 명예훼손은 그렇게 쉽게 처벌되는 범죄가 아니지 않습니까? 특히나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법원의 잣대가 엄격하지 않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법원은 명예훼손죄 처벌에 까다로운 요건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공인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보도에 일부 허위 내용이 있더라도 공익성이 있는지, 진실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따져 위법성 여부를 가립니다.
대표적인 판례가 이명박 정부 때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관련 보도입니다.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으나 법원은 1·2·3심에서 내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캡처이번 수사대상에 오른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보도 당시 JTBC 기자)가
<CBS 한판승부>에 나와서 한 말 들어보시죠.
"이분이 검찰에 가서 한 얘기는 알겠는데 자기에게 불리한 얘기는 대부분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조우형의 인터뷰를 모든 걸 실어줘야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개인이 거기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고." 일부 신문에서는 조우형씨가 아니라고 하는데 봉지욱 기자가 이를 인용해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난했지만, 취재기자가 취사선택 하는 겁니다. 의도적으로 조작하려는 게 아니라면 72분의 녹음파일을 12분으로 줄이는 건 취재기자와 해당 언론사의 판단입니다. 그걸 들여다보겠다는 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죠.
◇정다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를 수사하면서 조우형씨를 봐줬다는 보도는 그 이전에도 나오지 않았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뉴스타파나 JTBC 보도 이전에 이미 언론에 보도 됐습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인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은 대장동 일당들의 사업 자금 중 일부가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 당시 회수되지 못한 자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겁니다.
뉴스타파의 녹취 보도 이전인 2021년 10월 7일 경향신문은 <검찰,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은 손대지 않았다>는 단독보도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언론들이 많이 보도를 했습니다. 당시 보도를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대장동 개발의 종잣돈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출금이었습니다. 검찰이 조우형 씨는 참고인이었고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당시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과 그에 따른 뒷돈 거래를 제대로 추적했다면 수사를 하지 않았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김만배씨가 박영수 변호사는 조우형씨에게 소개했고, 조 씨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은 당시 검찰에 근무했던 특수통들도 아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뉴스타파와 JTBC를 꼭 찍어서 수사에 나선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려서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를 막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