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자신의 택배 배송 고객인 노부부의 집에 침입해 강도 범죄를 벌인 40대 택배기사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김형진 부장판사)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12일 오전 10시 15분쯤 강원 홍천군에 거주하는 B(76)씨와 C(70·여)씨 부부의 전원주택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 "3천만 원을 달라"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겁을 먹은 B씨의 양 손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C씨를 데리고 다니며 훔칠 물건들을 고르던 중 도망치는 B씨와 몸싸움이 벌어졌고, B씨가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자 얼굴을 주먹으로 수 차례 폭행했다.
조사결과 택배 기사인 A씨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평소 택배 배송 고객들인 피해자들이 전원주택에 외제 차량을 타고다니며 택배를 많이 배송받자 재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 선 A씨는 B씨가 입은 상해가 크지 않아 강도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되지 않으며, B씨가 집 밖으로 뛰어나가자 따라나가게 됐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손가락을 물어 얼굴을 때린 것으로 재물강취의 수단으로 폭행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며 강도상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은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집에 택배를 배달하던 것을 기회로 피해자들을 위협할 흉기와 케이블 타이, 방진복까지 준비하는 등 계획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낮췄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들이 살던 집을 팔고 떠날 계획으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 피해자들이 이 법원에 이르러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