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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정책, 왜 양육지원에만 집중?…결혼하려는 청년부터"

인권/복지

    "저출산 정책, 왜 양육지원에만 집중?…결혼하려는 청년부터"

    18일 CBS '대한민국 인구포럼'…"매달 200쌍 성혼" 듀오 대표 일갈
    국가소멸 위기라면서 "결혼 노력이 '소득공제' 문화생활보다 덜 중한가"
    "결혼이 곧 행복이라 말 못하지만…'일-가정' 양립서 오는 성장 엄청나"
    휴먼스케이프 장민후 대표 "마미톡, 서울시 엄빠 프로젝트 전달에 기여"
    "20년간 서비스 이용자 너무 달라졌는데 비슷한 정책만"…진미정 교수 지적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저출산 시대, 인구정책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저출산 시대, 인구정책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사회인식 자체가,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결혼했어요' 등의 (TV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지금은 '나는 솔로', '돌싱글즈' 등 남이 연애하는 프로만 보게 만들어요.
     
    (저는) 결혼이 어려우면 '연애라도' 하라고 (얘기)하는데, 그걸 하려고 하는 청년들에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BS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인구와 기업, 그리고 성장'에 연사로 참여한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 방향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공주택 분양 시 다자녀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을 펴는 타깃이 이미 아이를 낳았거나 임신·출산을 준비 중인 기혼 부부로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불필요하단 게 아니다. 출산의 사전단계 격인 연애·결혼부터 위축되면 이같은 '사후적 지원'은 작년 기준 0.78명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반등에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피켓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피켓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날 3부 포럼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의 답은 결혼에 있다'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 대표는 결혼을 원하고 실제로 상대를 만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는 청년들에 대한 구체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성혼 건수가 곧 성과가 되는 회사의 대표라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소위 'MZ 세대'는 더 이상 박 대표 세대처럼 결혼을 당연시하거나 출산의 전제가 꼭 결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비혼(非婚) 출산은 아직 전체 대비 약 3% 정도에 불과하며, 이 파이를 늘리는 게 전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유의미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관련기사: '혼외출산 2%'인 韓…비혼 출산이 초저출산 대안? "글쎄").


     박 대표는 "결혼이 '선택'으로 가버리는 경향이 우리만의 일은 아니지만 한국은 (그 변화가) 너무 급하고 빠르다. 또 비혼출산자들은 힘들게 살아야 되는 게 우리 사회"라며 "(대체로) 아이는 당연히 결혼해서 낳자는 인식인데 결혼 자체를 안 하니 출산율이 오를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니 당국에 던지고 싶은 질문은 "왜 결혼 전 준비과정에 대한 지원이 없는지"다.
     
    그는 "얼마 전 반려동물의 의료비 부가세를 면제해준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결혼정보 회사는 이용 시 부가세가 붙는다"며 "결혼하려고 돈 들여가며 사람을 만나려 하는 이들한테까지 부가가치세를 받아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하다못해 정부가 '소득공제'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문화생활은 소득공제가 다 되지 않나. (정부 차원에서) 문화생활이 중요한가, 결혼을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한가"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혼을 하고 싶어하게 만들면 안 될까. 만남이라든가 결혼에 대한 인센티브를 촘촘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결혼이 재력을 포함해 일부 여건이 좋은 이들의 희망사항으로 양극화된 현실도 짚었다.
     
    박 대표는 "저희한테 와서 결혼하겠다고 하는 친구들은 '스펙'이 대단하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친구들이 그 성공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결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누구나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형편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이 '손해'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서는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거기서 오는 성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청년층은) 진짜 결혼이 싫어서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결혼' 정도를 할 수 없다면 포기하겠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나에게 '베스트 핏(Best fit)'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내가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높아진 스탠다드도 있는 것 같다"고 공감했다. 또한 "하나의 위계적 모델만 있는 사회에선 저출산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존중되고, '내가 그런 삶을 선택해도 크게 나쁠 게 없다'고 수용되는 사회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아울러 결혼에 따르는 순기능과 혜택이 '가시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아이를 안 낳아서 대한민국이 망한다, 이게 아니에요. 결혼정보회사 대표라고 '결혼하면 행복하다'는 얘기는 못 해요. 다만 결혼을 통해 가족을 만들면 애착할 대상이 만들어지면서 심리적으로 충분하게 '릴렉스'되고 행복해질 확률이 더 높다는 건 여러 연구 결과로 나와 있어요."
     
    28년째 결혼을 원하는 이들을 커플로 매칭시키고 있는 그는 "한 달에 한 180~200쌍의 결혼을 성사시키고 있다. (이 부부들이) 최소 한 명 이상은 아이를 낳았을 테니 저희가 만들어낸 출산인구가 충북 진천군 정도는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오 CBS 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김진오 CBS 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한편, 태아의 초음파 동영상 녹화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마미톡'을 운영하는 휴먼스케이프의 장민후 대표스타트업이 임신·육아 관련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정책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보도자료나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임신·육아 정책들이 홍보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 '딜리버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다"고 밝혔다.
     
    가령 서울시가 진행 중인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마미톡을 활용해 9만 1242회 '푸시(push) 알림'으로 훨씬 많은 산모들에게 정책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마미톡이 출시 3년 만에 70만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데엔 임신 시 건강부터 육아정보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던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장 대표는 "연간 신생아 1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소아 척수성근위축증(SMA) 관련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발달 관련 체크리스트를 의료진과 함께 만들어 엄마들이 매일 가볍게 체크하다 보면 안 좋은 예후를 보이는 경우 바로 알림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바티스와 협업 중인 이 캠페인에 대해 "결혼해서 아이를 갖겠다는 것도 힘든 결심인데 (아이가) 희귀질환까지 걸린다고 하면 걱정할 게 너무 많아지지 않겠나"라며 "가족 건강 관련 걱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경감시켜 드리는 데 도움을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20년 동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책들을 많이 내세웠는데, 생각해보면 그 사이 (민간) 서비스와 정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정책은 비슷한 것들을 계속 확대하거나 늘리거나 개선하는 데 그쳤던 것"이라며 "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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