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1.7t 상당의 대형 화물이 굴러와 초등학생 황예서 양이 숨지고 어린이와 어른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 현장. 김혜민 기자지난 4월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고 당시 무단으로 하역 작업을 하다 화물을 떨어뜨려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어망업체 대표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20일 부산지법 형사17단독 이용관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어망 제조 업체 대표 A(70대·남)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해당 업체 직원 3명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8일 오전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 도로에서 지게차로 1.7t 무게의 대형 화물을 옮기다가 떨어뜨려 등교 중이던 황예서(10) 양을 숨지게 하고 학부모 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A씨는 무면허 상태로 지게차를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할 때에도 고임목을 설치하지 않는가 하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지게차 작업 신호수도 배치하지 않는 등 안전 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어망이 언덕길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등교하던 학생을 충격하게 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특히 면허를 받지 않고 지게차를 운전하고 하역작업의 업무상 주의 위반 정도는 매우 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황예서 양의 유족과 합의하지 못했다. 어린 자녀를 잃은 유족들은 법정에서 극심한 고통과 상실감을 호소하기도 했다"면서 "더 이상 이런 범행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영도구 등굣길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 사고가 난 자리에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손 편지, 과자 등이 놓여 있다. 김혜민 기자
이어 "피고인들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과 사고로 다친 피해자 3명 등과 합의한 점, 이밖에 나이, 환경, 범행동기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앞서 A씨에게 징역 5년을, 직원 3명에게는 금고 1년을 구형했다.
이날 황 양의 아버지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고 소식을 접한 황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딸을 잃은 괴로움을 토로하며 연신 울음을 삼켰다.
아버지 황씨는 "업체 대표가 1년이나 5년의 벌을 받든 사실 크게 의미가 없다. 몇 년의 벌을 받든 딸을 태어나서 9년밖에 못 살게 한 걸 용서할 수 없다"고 울먹였다.
이어 "사고 이후 학교 주변에 주정차 단속 CCTV를 설치한 것 외에는 몇 달간 바뀐 게 없다. 설치했던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시선유도봉도 정화조 차량 주차를 이유로 다시 철거됐다"면서 "딸 예서가 죽기 전의 안전하지 않은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