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지켜보는 임도헌 감독. 연합뉴스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이제는 토너먼트 12강에 오른 만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 리그 C조에서 1승 1패를 기록, 조 2위로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20일 열린 1차전에서 인도에 일격을 당했지만, 21일 캄보디아와 2차전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둬 기사회생했다.
인도와 1차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국은 세계 랭킹 27위인데, 73위로 약체인 인도를 상대로 경기 내내 고전했다. 블로킹(6-12)은 무려 2배나 밀렸고, 범실(36-19)은 2배 가까이 쏟아내며 자멸했다.
이는 인도 현지에서도 놀랄 만한 결과였다. 인도 매체 'fitsportsindia'는 경기 후 "인도가 조별 리그에서 한국을 꺾고 역사를 썼다"면서 "3회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을 상대로 승리한 만큼 인도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 감독은 1차전 패인에 대해 "첫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범실이 많이 나오고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짚었다. 이어 "범실을 줄이고 호흡을 더 맞춰간다면 좋은 경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고민에 빠진 임도헌 감독. 연합뉴스한국은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2차전에 나섰다. 상대는 인도보다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캄보디아였다. 캄보디아는 세계 랭킹에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배구 변방으로 꼽히는 국가다.
이런 캄보디아를 상대로 한국은 경기 초반에는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승부 끝에 23 대 23에서 김민재와 나경복의 연속 득점으로 간신히 승리를 챙겼다. 임 감독은 1세트 부진에 대해 "상대의 서브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잘 들어와서 선수들이 당황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차전에서는 정지석의 출전이 눈에 띄었다. 허리 통증 탓에 1차전을 결장한 정지석은 2차전에서 팀 내 최다인 11점을 책임지며 승리를 이끌었다. 임 감독은 "(정)지석이가 첫 경기라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잘 극복했다"고 칭찬했다.
정지석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항저우에 오기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대회 전 허리 통증과 왼쪽 발목 저림 증상이 나타나 운동을 하는 데 지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정지석을 1차전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정지석은 "어제와 오늘 의무실에서 약을 먹었더니 통증이 조금 잡힌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임 감독은 "(정지석을) 다음 경기에서도 필요할 때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임도헌호. 연합뉴스임 감독은 2차전 승리에 대해 "어제 저녁 늦게까지 뛰고 오늘 다시 경기를 했다"면서 "선수들이 많이 지쳤을 텐데 나름 잘한 것 같다"고 격려했다. 이어 "컨디션은 점점 더 끌어올리면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제는 토너먼트에 돌입하기 때문에 패배하면 곧장 짐을 싸야 한다. 임 감독은 "오늘은 (전)광인이에게 휴식을 줬는데, 내일부터는 매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전력 투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강전 상대인 파키스탄 역시 27위인 한국보다 순위가 한참 낮은 51위다. 하지만 임 감독은 "확실히 신장이 좋은 팀"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어 "서브로 많이 흔들면서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면서 "블로킹과 수비 쪽에서도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22일 오후 8시(한국 시각) 중국 섬유 도시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파키스탄과 12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정상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