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거래를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국제 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글로벌 격차 문제 완화를 위한 기여 방안을 제시하고 책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40여개가 넘는 양자 회담을 통해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총력전을 벌였다. 지난해 '뉴욕구상'을 구체화시킨 '디지털 권리장전'의 원칙을 발표하며 디지털 심화 시대에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4박 6일 간의 뉴욕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은 취임 이후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 유엔총회 일정에서 주목됐던 부분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거래에 대한 경고 메시지였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WMD(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등 우회적 표현으로 우려를 나타낸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을 겨냥한 도발'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 진영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를 기반으로 한층 선명한 입장을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행태는 '자기모순적'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을 거론하면서 '안보리 개혁'을 언급했다. 미일 정상의 안보리 개혁론과 발맞춘 언급으로도 풀이된다.
아울러 국제 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하면서 "대한민국은 2024-25년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유엔 회원국 여러분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세계평화를 진작하고 구축하는 데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 사회가 맞이한 개발, 기후, 디지털 격차 문제 완화를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공적개발원조(ODA) 대폭 확대와 녹색기후기금(GCF) 3억불 추가 공여,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무탄소 연합), AI(인공지능) 글로벌 포럼 개최 등을 통해 글로벌 책임 국가 기여 의지를 분명히 했다.
'폭풍' 같았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디지털 권리장전 원칙도 발표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전은 뉴욕에서 '정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닷새간의 방미 기간 동안 42개국과 양자 회담을 하며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은 사전에 내용과 형식 면에서 치밀하게 검토한 전략에 따라 추진됐다"고 밝혔다. 엑스포를 계기로 협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나라 위주로 상대국을 선별했으며 정식 양자 회담, 1대1 오찬, 그룹별 오·만찬 등 형식도 심사숙고했다.
회담 장소인 주유엔 대표부 건물은 통째로 엑스포 홍보관처럼 꾸미고 2층에 회담장을 2곳 이상 설치해 양자 회담이 연속적으로 계속 열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유엔본부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도 활용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폭풍 일정"이라며 "폭풍 외교의 끝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하고 숨막히는 외교전"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에게 "엑스포는 월드컵이나 올림픽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을 전 세계 모든 시민들에게 정당하게 공유하고 그 혜택을 나눠줌으로써 국가 간 격차를 줄이고 인류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번영의 토대를 만들어내는 게 부산엑스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뉴욕 방문에서 '디지털 권리장전'의 원칙을 발표하며 디지털 심화 시대에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뉴욕대에서 '뉴욕구상'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원칙을 구체화시켜 같은 장소에서 원칙을 밝힌 것이다.
디지털 권리장전의 기본 원칙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유와 권리 보장 △디지털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 △자율과 창의 기반의 디지털 혁신의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 등 5가지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격차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거나 또 늘어나는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협하지 않을지,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이처럼 디지털 심화로 나타나는 실존적 위험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권리장전은 국제사회가 함께 미래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5대 원칙을 담은 헌장으로서 디지털 심화 시대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권리장전을 통해 만들어 갈 미래사회는 디지털 향유권이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보장되어 누구나 그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러한 원칙을 토대로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주요국들이 디지털 규범 정립에 접근하면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룰 세팅에 앞장서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표준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발표하고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미국, 영국 등 주요국과 UN,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에도 이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