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가 경기에서 패배한 후 라켓을 땅바닥에 내리치고 있다. 웨이보 캡처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당진시청)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경기에 진 뒤 보인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라켓을 바닥에 내리쳐 부수고, 상대 선수와 악수를 거부하는 등 비매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권순우의 행동은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창피하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켰고, 해외에서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에서 패배하자 화를 참지 못하는 권순우. 해당 트위터 캡처
권순우는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태국 카시디트 삼레즈에 1 대 2(3-6 7-5 4-6)로 졌다. 한국 선수 최초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2회 우승을 이룬 권순우가 세계 랭킹 636위 선수에게 당한 충격패다.
1세트를 허무하게 빼앗긴 권순우는 역전으로 2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3세트 잇따라 상대 강서브에 실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권순우는 지난 2월 어깨 부상을 당하고 8월에 복귀해 이번 대회에 나섰다. 그러나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라 복귀 후 US오픈 1회전 탈락까지 6연패를 기록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린 권순우에겐 아쉬운 결과다.
웨이보 캡처
문제는 경기 이후 행동이다. 패배한 권순우가 경기 후 코트를 벗어나며 라켓이 부서질 때까지 코트 바닥과 의자에 내리친 것.
심지어는 상대 선수가 권순우의 자리까지 걸어와 악수를 요청했지만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테니스는 경기 후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 악수하며 인사하는 에티켓이 있다.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경기 후 인사하지 않기도 했지만 이는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경우다.
경기를 보러왔던 관중은 권순우의 비매너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순식간에 공유됐다. 물론 권순우는 경기 내내 야유를 보낸 일부 관중에게 불만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지만 비신사적인 행동은 분명하다.
해외 언론도 권순우의 비매너 행동을 주목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한국 테니스 선수가 패배 후 라켓을 산산조각 내고 태국 선수와 악수를 거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상대보다 순위가 500계단 이상 높은 한국 선수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악수를 거부했다"며 "당황스러운 논란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중국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났고, 웨이보에 공유된 영상은 6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알렸다.
권순우가 경기에서 패배한 뒤 라켓을 땅에 내리치고 있다. 해당 트위터 캡처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한 현지 누리꾼은 같은 날 "한국 테니스 선수 권순우가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경기에서 태국 카시딧 삼레지에게 2 대 1로 패한 뒤 악수를 거부하고 화가 나서 라켓을 내리치는 등 강한 감정을 드러냈다"며 해당 영상을 공유했다. 또 "권순우는 악수를 거부하고 격노하며 라켓을 땅에 두드리는 등 좌절감을 표출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피아니스트가 손가락을 사랑하고, 사진가가 눈을 사랑하고, 군인이 총을 사랑하는 것처럼, 테니스 선수는 라켓을 사랑해야 한다"며 "이런 선수는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밖에 "한국팀에게 치욕이다", "스포츠맨십이 전혀 없다"는 등의 지적이 중국에서 쏟아졌다.
상대 선수와 악수를 거부하는 권순우. 해당 트위터 캡처
악수를 거부당한 카시디트 삼레즈의 국가 태국에서도 권순우의 비신사적인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태국의 한 누리꾼은 동영상을 게시하며 "권순우가 자신의 라켓을 박살 내고 악수를 거부했다. 현장에선 야유가 터졌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권순우는 아마도 한국 최고의 선수일 텐데, 이 정도라니 믿기지가 않는다"는 부정적 의견도 나왔다. 또 "승리와 매너를 모두 잃었다", "테니스로 유명한 권순우에겐 스포츠맨십이 있어야 한다"는 등 권순우의 행동을 손가락질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권순우. 연합뉴스
이에 더해 일본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다.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은 어떤 세계에서도 쓰일 수 없다", "라켓을 부수면 뭐 하나", "모범이 되지 않는 행위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남자 단식 16강 진출에 실패한 권순우는 이번 대회 남자 복식에도 출전한다. 26살 동갑내기 홍성찬(세종시청)과 한 조를 이룬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일단 단식에서는 기회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