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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2개 땄는데 이제 대표팀은 끝입니다" 눈물과 반전의 사격 러닝타겟

스포츠일반

    "金 2개 땄는데 이제 대표팀은 끝입니다" 눈물과 반전의 사격 러닝타겟

    남자 10m 러닝타겟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곽용빈, 정유진, 하광철. 연합뉴스남자 10m 러닝타겟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곽용빈, 정유진, 하광철. 연합뉴스
    "저희 금메달을 2개 땄는데 이제 퇴촌해요. 저희 이제 대표팀 끝입니다. 이제 집으로 바로 가야 돼요. 돌아가면 언제 다시 소집될 지 모릅니다"

    대한사격연맹에 따르면 사격 10m 러닝타겟 종목의 현직 선수로 등록된 인원은 겨우 8명이다. 이 종목 선수들은 각자의 소속팀에서는 단체전 경기에 나설 수 없다. 함께 팀을 구성할 동료가 없기 때문이다.

    정유진(청주시청), 하광철(부산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은 사격의 세부 종목 중에서도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남자 10m 러닝타겟 종목의 국가대표다.

    이 종목이 주목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사격의 세부 종목에 10m 러닝타겟은 없다.

    그래서 이들은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 등 러닝타겟 단체전 종목이 존재하는 대회가 열릴 때마다 다시 만난다.

    정유진, 하광철, 곽용빈은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중국 항저우 땅을 밟았다. 그리고 한국 사격의 위상을 아시아 전역에 알렸다.

    남자 10m 러닝타겟 대표팀은 지난 25일 정상 단체전에서 막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북한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26일 열린 혼합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정유진은 혼합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가져갔다.

    (정상은 각 발당 5초 내에 사격해야 하는 완주 1스테이지와 각 발당 2.5초 내에 사격해야 하는 속주 2스테이지로 구분하는 경기로 스테이지별로 속도 예상이 가능하다. 혼합은 각 발당 제한시간은 정상과 같지만 타겟의 이동 속도가 무작위로 진행된다. 다음 표적이 완주인지 속주인지 예상이 안 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하광철은 "어제 금메달(정상)은 깜짝 이벤트 같은 경우였다. 우리가 진천선수촌에서 연습했던 것보다는 못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제 금메달을 땄는데 다시 금메달을 못 따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금메달을 딸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우리가 조금 더 편하게 우리의 기량으로 성적을 만든 것 같아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 끝에 마침내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을 2개나 획득했다는 곽용빈은 "이렇게 반전이 일어날지 저도 예상을 못했다. 제가 막내인데 선배들한테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고 부담도 느꼈다. 단체전 은·동메달만 따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뼈 빠지게 노력한 결과로 금메달도 획득해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반전의 결과라고 했다. 물론, 아시아 정상을 목표로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을 감안하면 금메달은 적절한 보상이다. 그러나 그들은 비(非) 올림픽 종목의 서러움을 달래가며 싸워야 했다. 경쟁국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한 저변에서 쾌거를 이뤘기에 2관왕은 더욱 감격적으로 다가온다.

    정유진은 인터뷰 도중 야간 훈련에 대해 이야기하려다가 눈물을 흘렸다. 야간 훈련을 언급할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표팀 동료 하광철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유진(가운데)이 눈물을 흘리자 하광철(오른쪽)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노컷뉴스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유진(가운데)이 눈물을 흘리자 하광철(오른쪽)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노컷뉴스
    잠시 감정을 추스르다가 "야간 훈련이 뭐라고, 왜 자꾸 눈물이 나지?"라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인 정유진은 "우리는 비올림픽 종목 선수들"이라고 말문을 연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올림픽 종목에 속하지 않은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본격적인 올림픽 대비가 시작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러닝타겟 단체전 선수들은 선수촌에 들어가 마음껏 훈련하고 싶어도 자리가 허락되지 않는다. 비올림픽 종목 선수의 비애다.

    그래서 러닝타겟 단체전 선수들은 선수촌에 들어간 단기간에 최대한 많이 훈련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총기를 다루는 사격 훈련은 엄격한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2014년 인천 대회 전까지는 야간 훈련을 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았다. 사격 선수 출신인 사격장 관리 소장이 온 다음부터는 훈련장 야간 개장이 수월해졌다.

    정유진은 "우리는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6개월 전, 8개월 전에야 선수촌에 들어올 수 있다. 훈련을 많이 하고 싶은데 우리는 총기를 다루니까 그 부분에 제재가 있다. 그동안 몰래 훈련하기도 했다. 사격장을 관리하시는 소장님(사격 선수 출신)이 오셔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개인의 욕심이고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한 건데, 선수촌에서 많이 도와준 것이다. 한 선수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게끔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아시안게임 다섯 번째 출전인데 정말 값진 금메달이다. 개인전에서는 금메달을 못 땄지만 두 선수들과 딴 금메달이 너무 값지다"고 말했다.

    그들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끝났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선수촌 내에 러닝타겟 단체전 대표팀을 위한 자리는 없다. 아시안게임은 3년 뒤에 다시 열린다. 그때까지는 각자의 소속팀에서 활동해야 한다. 그들이 다시 뭉칠 때 한국 사격은 또 한 번 비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인기 종목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하광철은 "올림픽 종목은 선수가 정하는 게 아니다. 비인기 종목이라 해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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