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중국 항저우 사범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전 홍콩과 경기에서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미안해 하지 마세요. 이 메달은 저에겐 금메달보다 값집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투혼의 은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남자 7인제 럭비 대표팀을 향한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있다.
투지를 보여준 선수들을 향한 "자랑스럽다", "정말 멋있었다", "고맙다"는 등의 찬사는 물론, 럭비 종목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럭비 대표팀 정연식이 홍콩 수비를 뚫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명근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 창첸 캠퍼스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7인제 럭비 결승에서 아시아 최강 홍콩에 7 대 14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선수들은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부딪히고 내달렸지만 홍콩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이 걸린 은메달. 선수들의 표정에선 감격보단 아쉬움이 앞서 보였다. 그러나 저조한 관심과 부족한 투자로 인한 빈약한 현실 속에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한 선수들은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전 여자 럭비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도 이번 남자 대표팀의 은메달 소식에 축하를 보냈다. 이연주·서보희 인스타그램 캡처2014 인천 대회 당시 여자 럭비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주연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표팀의 은메달 소식을 알리며 "도쿄올림픽부터 오늘날까지 선수분들이 흘린 땀을 존경한다"며 경의를 표했다. 이어 "앞으로 금빛 길만 걷길 바란다"며 "럭비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여자 럭비 국가대표로 대회에 나섰던 서보희 역시 "우리 럭비 대표팀 고생 많으셨습니다"면서 "열심히 경기 뛰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대한럭비협회도 경기가 끝난 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경기 결과를 전했다. 한 팔로워는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값진 은메달 획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박수를 보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홍콩처럼 영연방계 백인 선수도 없고, 일본만큼의 투자와 인기도 없지만, 우리는 늘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그저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대한민국 럭비 레전드 한건규가 아쉬움에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국 럭비의 리빙 레전드 한건규(한국전력)는 패배가 확정된 후 카메라 앞에서 연신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건규는 앞서 아시안게임에서만 동메달을 3개 가져오는 데 헌신했고, 대표팀이 98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밟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 선수다.
한건규의 인터뷰를 접한 온라인 속 반응은 "무엇이 죄송하냐"였다. 국내 한 누리꾼은 "무엇이 죄송하냐"며 "고생하셨다"고 그를 위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은메달인데 왜 미안해 하냐. 본인이 아쉬운 게 더 클 것"이라고 보듬었다. "한건규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아침부터 울컥했다"는 반응을 보인 누리꾼도 보였다.
지난 26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전에서 한국과 홍콩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결승 상대가 홍콩이라 선수들이 더 아쉬워 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우리 대표팀은 지난 2019년 아시아럭비선수권 결승에서 홍콩과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에이스' 장용흥이 극적인 트라이를 성공해내며 우승은 물론, 국내에 럭비가 도입된 1923년 이후 9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낸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홍콩을 이기고 올림픽에 나간 적이 있어서 선수들이 더 아쉬워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온 것. 그러면서도 "홍콩은 언제나 어려운 상대고, 이긴 경험은 특별했다"며 "죄송해 하지 말라. 여러분은 정말 멋있었다. 항저우에 가 있는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 메달이 나한텐 금메달보다 값지다", "한국 남자 럭비 자랑스럽다", "럭비가 갑자기 재밌어졌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이 줄을 섰다.
한국 대표팀이 홍콩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사령탑 이명근 감독은 "팬들에게 금메달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 감독은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은메달을 따고 돌아간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는데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고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럭비 대표팀 주장 이진규 역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약점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해서 다음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겠다. 이번에 얻지 못한 금메달을 다음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7인제 럭비 메달 수여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