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태클 피하면서 실점까지. 연합뉴스한국 축구 대표팀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실점이 나왔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건 다름 아닌 주장 백승호(전북)였다.
하지만 백승호는 주장답게 쉽게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실점 후 경기에 더 집중해 4점 차 대승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7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에서 키르기스스탄을 5 대 1로 제압했다. 8강에 올라 대회 3연패를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앞서 조별 리그 3경기에서 한국은 실점 없이 전승을 기록했다. 쿠웨이트를 9 대 0, 태국을 4 대 0으로 완파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이후 바레인과 3차전에서도 깔끔한 3 대 0 승리를 거뒀다.
16강에서도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4점 차 완승을 거두며 호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대회 첫 실점을 기록했다는 게 유일한 아쉬운 점이었다.
실점한 한국. 연합뉴실점은 2 대 0으로 앞선 전반 28분에 나왔다. 백승호의 터치 실수를 가로챈 상대 공격수 막사트 알리굴로트가 그대로 일대일 상황을 맞은 뒤 만회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1점 차로 쫓기는 불안한 상황에서 전반을 마쳤고, 후반 들어서도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행히 후반 29분 정우영의 페널티킥 득점을 시작으로 조영욱과 홍현석이 연달아 골을 터뜨려 5 대 1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백승호는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데 대해 "전혀 부담 없다. 실수도 축구의 일부라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내가 실수를 해서 선수들이 다시 긴장을 하게 됐다. 다른 선수가 아니라 내가 해서 그게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를 하면서 실수는 누구나 다 하는 거라 빨리 떨쳐내려 했다"고 덧붙였다.
키르기스스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로 약체지만 경계 대상은 분명 있었다. 선제골을 넣은 알리굴로트와 공격수 아타이가 여러 차례 빠른 역습으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에 백승호는 "키르기스스탄이 역습을 준비하고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 부분에서 저희가 긴장이 풀렸던 것 같다"면서 "오히려 교훈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기를 했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백승호와 포옹하는 정우영. 연합뉴스
비록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앞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더인 백승호는 의도치 않게 대회 3번째 골로 득점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백승호는 "골 욕심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페널티킥을 전담한 건 대회에 오기 전부터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부분"이라며 "운 좋게 골이 나왔을 뿐 골 욕심은 없다. 그냥 우리가 잘해서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강전 상대는 개최국 중국이다. 압도적인 응원과 편파판정 등을 경계해야 할 터. 하지만 백승호는 "대회 전부터 VAR이 없는 것과 중국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걱정보다는 즐기면서 하면 될 것 같다"면서 "상대가 조금 과격한 편이라 들었는데 오히려 이용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승리를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