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위페이를 꺾고 여자 단체전 첫 승을 따낸 배드민턴 안세영.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예전의 제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 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치른 아시안게임 데뷔전에서 그리고 3년 뒤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모두 같은 선수에게 무릎을 꿇었다. 중국의 강자 천위페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안세영은 승승장구하며 배드민턴의 세계적인 강자로 우뚝 섰다. 그리고 천위페이를 다시 만났다. 압도했다. 중국 홈 관중의 열광적인 "짜요" 응원 소리도 안세영의 실력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안세영은 1일 중국 항저우의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 첫 게임에서 중국의 간판 천위페이를 세트 스코어 2-0(21-12 21-13)으로 완파했다.
안세영은 첫 세트를 21-12로 따낸 데 이어 기세를 몰아 다음 세트에서 21-13로 이겨 2세트 만에 첫 게임을 승리로 장식했다.
안세영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가진 채 경기를 운영했다. 팽팽하던 1세트 중반부터 밀리기 시작한 천위페이는 공격 미스 후 라켓을 바닥에 던지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세영은 "열심히 분석하고 열심히 훈련한 결과"라면서도 "근데 그렇게 엄청 다가오지는 않네요. 아무래도 아직 단체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단체전 때 항상 지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었는데 이번에는 1승을 안겨주고 시작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항저우 현지 시간으로 이른 시간대엔 오전 9시에 경기가 시작됐지만 배드민턴장은 중국 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특히 천위페이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안세영은 "인기가 상당한 것 같더라. 그래서 부럽기도 했다"고 웃으면서 "저 나름대로 코트 안에서 하고 싶은대로 잘 즐기는 게 저의 방법이다. 천위페이 선수가 홈이다 보니까 잘하고 싶은 마음에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최근 천위페이를 상대로 좋은 전적을 기록 중이지만 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무대에서 승리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공교롭게도 두 번 다 졌는데 거기서 많이 배웠다. 또 예전의 제가 아니기 때문에 즐기면서 한다면 충분히 그 패배를 고스란히 넘겨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세영은 첫 게임 승리를 확정한 후 정권 찌르기 느낌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 이유를 묻자 "단체전은 분위기다. 막내로서 분위기를 잘 띄우고 싶어서 멋있게 한 번 해봤다"고 답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