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가계는 물론 기업과 정부 부채까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우리 경제에 중대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은 281.7%였다.
2017년 238.9%에서 5년 만에 42.8%p나 올랐다.
IMF가 민간(가계와 기업) 부채 데이터를 집계하는 26개국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은 26개국 가운데 11위였지만, 이후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2위를 기록했다.
주요국 가운데서는 일본과 독일이 각각 30.9%p와 18.3%p로 증가 폭이 컸다.
반면, 2017년 225.3%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던 지난해 194.9%로 30.4%p 하락했다.
가계부채 비율 두 자릿수 증가폭 한국이 유일
우리나라 민간 부채 상승은 가계 부채가 주도했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2017년 92.0%에서 지난해 108.1%로 올랐다. 지난해 가계 부채 비율 순위는 130.6%의 스위스에 이어 26개국 중 2위였다.
최근 5년간 가계 부채 비율 증가 폭이 16.2%p로 가장 컸는데 같은 기간 스위스의 가계 부채 비율 증가 폭은 2.5%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증가 폭이 두 자릿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 급증 주원인은 부동산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시기 부동산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족'이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 부채 상승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가계 부채가 급증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고금리 지속과 맞물려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에 가계 이자 부담은 사상 최대
연합뉴스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3만 1천 원이었다.
이는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전 분기 통틀어 최고치다.
지난 2분기 월평균 소득(479만 3천 원)에서 이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7%로 가장 높았다.
기업 부채 심각성도 가계 부채 못지않다.
IMF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2017년 147.0%에서 2022년 173.6%로 26.6%p 상승했다.
최근 5년간 상승 폭이 룩셈부르크(38.0%p)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기업 부채 급증 실태는 국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기업부채 비율도 최근 5년간 26.6%p 급상승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GDP 대비 기업 부채는 2021년 기준 113.7%로 외환위기 때 108.6%를 넘었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기반으로 금융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총부채를 분석한 결과다.
역시 BIS 통계를 인용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서도 GDP 대비 기업 대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19.6%로 2019년 대비 18.3%p 급등했다.
정부 부채 증가 양상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40.1%였지만, 지난해 54.3%로 5년 만에 14.3%p 상승했다. 코로나 시기 정부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 비율 증가 폭은 비교할 수 있는 87개국 가운데 16번째로 컸다.
정부부채 절대 비율 낮지만, 증가 속도가 문제
황진환 기자다만,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도 코로나 시기 정부 지출을 늘려 최근 5년간 정부 부채 증가 폭이 미국 15.2%p와 영국 14.7%p로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일본은 30.0%p로 증가 폭이 우리나라의 두 배를 넘었다.
우리나라는 절대 정부 부채 비율(54.3%)도 일본(261.3%)과 이탈리아(144.4%), 미국(121.4%), 프랑스(111.7%), 캐나다(106.6%), 영국(101.4%), 독일(66.5%) 등 G7 국가들보다 훨씬 낮았다.
다만 이들 나라는 달러와 유로화, 엔화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이어서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이들 기축통화 보유국보다 절대 정부 부채 비율 등이 낮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가파른 정부 부채 증가 속도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채를 자국 내에 보유하고 있는 일본 등과 달리 대외채무 비중이 큰 것도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