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라건아. 사진=황진환 기자중국보다 키가 작은데 심지어 스피드에서도 밀렸다. 중국에서 열린 경기였음에도 우려와는 달리 논란이 될만한 판정도 없었다. 완패였다. 아시안게임 정상을 향한 남자농구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일 오후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농구장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에서 개최국 중국에게 70-84로 졌다.
이로써 한국 남자농구는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 이후 처음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농구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이래 4강에 들지 못했던 것도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다.
한때 중국과 아시아 정상을 놓고 다퉜던, 최소 아시아 2인자라고 자부하던 한국 남자농구의 추락이다.
조별리그 한일전 패배 때문에 모든 게 꼬였다. 한국은 대표 2진급을 파견한 일본의 스페이싱 농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끝에 77-83으로 졌고 이 때문에 8강 직행 진출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 12강전을 거쳐야 했고 바레인과 8강 진출 결정전 이후 14시간 만에 중국과 8강을 치러야 하는 강행군을 펼쳐야 했다. 모든 게 자업자득이다.
한국은 초반 선전했다. 조별리그까지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던 김종규가 골밑에서 분전했고 양홍석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1쿼터 막판 스코어는 13-15로 비교적 팽팽한 양상이었다.
이때부터 중국이 치고 나갔다. 가드 후밍수안이 3점슛을, 포워드 주준롱이 팁인 득점을 각각 성공시켜 1쿼터를 20-13으로 마쳤다. 2쿼터 들어서도 후밍수완이 속공과 외곽포로 한국의 백코트를 흔들었다. 중국은 연속 12점을 퍼부었고 스코어는 13-27로 벌어졌다.
이후 중국의 일방적인 공세가 펼쳐졌다. 중국은 2쿼터 중반 연속 14점을 퍼부은 끝에 50-30으로 크게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추일승 감독. 사진=황진환 기자한국은 3쿼터 들어 라건아를 빼고 김종규, 하윤기 등을 앞세워 전반적인 스피드를 높였다. 그러나 공격 옵션 창출은 여전히 어려웠고 중국은 어렵지 않게 한국 수비의 빈틈을 골라 공략했다. 이후 어떤 라인업을 들고 나와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
3쿼터 막판에는 전성현이 돌파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가드 자오지웨이가 팔을 꼈고 이 때문에 양팀 선수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4쿼터 들어서도 경기 양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은 열광적인 홈 팬의 응원을 등에 업고 여러 차례 '쇼타임'을 펼치며 여유있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쓸쓸하게 코트를 떠났다. 양홍석은 홀로 14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