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제공 개인적·사회적 비극 이후 남겨진 자가 겪는 삶을 다룬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세 개의 빛'이 출간됐다.
책은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배경으로 이민자와 입양인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비극 이후 남겨진 자가 겪는 마음의 문제를 비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노아 헤리슨과 미국으로 이민을 온 미셸 은영 송은 이방인으로서 경험을 공유한 연인이다. TV를 통해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접한 노아는 충격으로 이어진 우울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은영은 연인을 잃은 슬픔과 사건의 가해자와 같은 국적자로서의 두려움, 반발심 등 이민자로서의 삶에 공감하는데다 죄책감까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며 혼란스러워한다. 우연히 노아에게 다른 이름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름을 찾아 뿌리인 한국으로의 여정을 떠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을 떠올렸다는 저자는 "희생자 가족들과 친구들은 가해자였던 스물세 살 그 청년을 '폭력'과 '죽음'이라는 이름 아래 동등한 '희생자'로 품었다"며 "분노보다 슬픔이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아서 오래 그 마음에 고개 숙였다"고 말한다.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집요하게 파고들어 드러낸 폭력과 공포의 무늬가 분명하고, 디아스포라의 질곡을 깊이 경험한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생생한 언어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간이 비극속에서 느끼게 되는 양가적이고 모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비극의 어둠 속에서 작지만 분명한 온기를 가진 빛을 발견해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비폭력·공감·애도'라는 세 개의 빛이 어떻게 생겨나 서로 투영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임채희 지음 | 은행나무 | 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