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연합뉴스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4일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관련해 "적정 수준의 전기료 인상은 반드시 단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임 한전 사장으로 임명된 김 사장은 이날 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감안해) 이 선에서 최대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적용되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를 앞두고 김 사장은 연일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천문학적인 적자 늪에 빠진 한전의 누적 적자는 약 47조원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총부채는 약 201조원으로, 올해는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작된 에너지 대란이 올해는 다소 수그러들면서 지난 3분기엔 반짝 '역마진 구조'에서 탈피하기도 했지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당초 연료비 연동제를 지난 2021년부터 시행하면서 정부가 (연동제를) 약속대로 이행한다면 올해 인상해야 할 전기요금은 (kwh당) 45.3원"이라며 "이 정도 인상하려면 이번에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당초 정부의 기대를 저희가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요금을 안 올리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부채로 충당하게 된다면 언젠가 사채나 차입도 막히게 되기 때문에 문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 사옥 전경. 한전 제공지난해 말 국회에서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개정된 법안의 채권 한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여야는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 5배까지로 증액하기로 법을 개정했지만, 지난 7월 말 기준 발행 잔액이 약 79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법을 추가 개정하지 않으면 2024년 3월 한전 주주총회 이후 발행 잔액이 발행 한도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사장은 "한국은행 총재도 이야기했지만, 전기요금을 안 올려서 물가 상승 부담을 덜 주는 게 아니다"라며 "전기요금이 적정하지 않으면 에너지 과소비가 일어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해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고 그것이 물가에 압박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전이 계속 사채를 늘리면 사채 시장을 교란시켜 채권금리 인상요인이 된다"며 "더 많은 금리가 인상될 수밖에 없고, 그런 것들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전이 추진 중인 자구계획과 관련해 추가적인 고강도 플랜을 조만간 제시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자구 계획을 계속 검토 중인데 조만간 앞으로 한 2~3주 안에는 발표할 생각"이라면서도 자산 매각 등에 관해선 "정말 좋은 자산의 경우엔 전부를 매각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 수입원이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일부 지분매각을 통해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직원들의 급여 삭감 등 여부에 대해선 "급여나 인력규모 축소 등은 노조와 대화가 중요하기에 일방적으로 말씀드릴 부분이 아니다"라며 "한전 연봉수준이라는 게 과거 90년대까지 한전이 시가 총액 2위였을 때와 비교하면 그동안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원자재 대란 속에서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 판매 가격 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김 사장은 동의했다. 이를 위해 전기요금 가격 결정을 독립기구에서 이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사장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금리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결정하기에 설령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정부 탓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며 "전기요금도 독립된 기관에서 연료비 원가와 연동하는 것이 어떤 정부가 됐든 국정운영의 부담도 덜고 국민 수용성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