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에서 윤희영 프로듀서(왼쪽부터), 배우 주종혁, 배우 김우겸, 장건재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2015년에 출간돼 큰 화제를 모은 장강명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스크린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는 다양한 인물의 선택과 모험을 통해 지금 이 시대 젊은 관객들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에는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장건재 감독, 윤희영 프로듀서, 주종혁, 김우겸 참석했다. 고아성은 부상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장강명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비롯해 '여행자' '오피스'까지 칸국제영화제에 총 3차례나 공식 초청된 독보적인 커리어의 배우 고아성은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후 3년 만에 '한국이 싫어서'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장 감독에 따르면 고아성은 대본을 읽고 바로 감독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일찍이 영화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장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을 하면서 계나가 어떤 사람이라고 상정하고 그려나가기보다 계나가 고아성을 통과해서 어떻게 드러날지 점점 궁금해졌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고아성 배우도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그에게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고아성은 좋은 배우다. 인물을 그려나가는 데 있어서 아이디어가 많았다. 계나라는 인물에게서 흥미롭고 재밌는 지점이 있었다면 그건 고아성이 직접 연출해 낸 부분들"이라며 "영화를 보면서 그전에 보지 못했던 얼굴을 보지 않았나 싶다. 관객들도 그런 부분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출간 당시 글로벌 세대의 문제적 행복론이자 절망 대처법으로 우리 사회의 폐부를 찌르면서도, 공감의 위안을 안겨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소설을 스크린으로 가져온 건 '괴이' '한여름의 판타지아' 등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감성과 섬세한 감각을 인정받은 장건재 감독이다. 장 감독은 각본과 연출을 맡아 소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진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에서 장건재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소설과 다른 영화만의 길을 가는 만큼 장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에게 집중하며 그들에게 공감하길 바랐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역시 개막작으로 '한국이 싫어서'를 선정한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이 싫어서'에는 계나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이 나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미래에 대한 많은 불안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일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의 문제와 인물들의 다양한 고민이 아주 가감 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감을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이 '한국'이란 특정 국가 지칭하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표현한다"며 "영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영화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정직하게 반영하고 있는가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가진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계나의 남자친구 재인을 연기한 김우겸은 "내 나이 또래 요즘 젊은 세대가 주되게 하는 생각은 '자기한테 행복은 무엇인가'란 고민인 것 같다. 살면서 당연하게 행복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듣고 생각할 때가 많다"며 "그런데 계나는 용기 있게 자기 스스로 행복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싶다. 그런 메시지가 와닿아서 개인적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정 감독이 '한국이 싫어서'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지점이다. 정 감독은 "제목이 워낙 강렬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계나가 왜 그런 선택을 할까에 공감하는 것"이라며 "무엇이 그를 계속 한국이란 사회에서 탈출하게끔 만드는가에 주목할 필요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인물들을 들여다봐 줬으면 좋겠다.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인 다양한 사람이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이런 도전을 하는지, 그 모험이 무엇이고 왜 모험하려 하는지 만들면서 고민하게 됐다"며 "계나가 좋은 의미에서 계속 다른 희망을 찾아 움직이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할 거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