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차관이 고급식당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방만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마카세(주방장이 알아서 음식을 내놓는 고급 일본 코스 요리) 등을 고급 식당에서 먹었을 뿐 아니라, 식사비를 실제 음식값에 비해 적게 꾸미는 등 허위 증빙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8월까지 과기부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를 분석한 결과 고급 식당을 이용한 지출이 22회 이상 발견됐다.
그중 이종호 장관이 9회, 조성경 1차관이 13회 1인당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장관과 조 1차관은 각종 코스요리, 오마카세 식당, 고급 일식·한식당, 호텔, 백화점 등을 찾았다.
장관의 일정 담당을 위한 회의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진행한 것도 드러나 긴축재정을 주창하는 정부의 기조와 대비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 업무추진비 주요 사용내역. 결제 금액이 인원수와 최소 음식 가격 대비 적어 허위 증빙이 의심된다. 박찬대 의원실 제공식사비를 실제 음식값에 비해 적게 꾸미는 등 허위 증빙이 의심되는 내역도 있다. 지난 7월 이 장관은 정책기획관 6명과 함께 식사를 했고 20만 3500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식당의 런치정식 최하메뉴가 3만 8500원으로 7명이 모두 최하 메뉴를 먹었어도 26만 9000원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3월 장관 및 업무관계자 등 12명은 한 일식당에서 34만 2천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당시 식당의 최하메뉴가 3만 5천 원 회덮밥으로 모두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다 하더라도 42만 원이다. 이에 청탁금지법상의 음식 대접 규정을 고려해 인원수를 부풀리거나 집행명세를 꾸몄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러한 허위자료제출은 국회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국회법 제128조(보고·서류 등의 제출요구)에 위반되어 향후 처벌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정택렬 과기부 대변인은 1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단가를 생각하지 않고 약간 비싼 단가의 식당에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증빙에 대해서는 "계산할 때 실무진이 등록하는데, 내부에서 더 확인을 해보겠다"며 "앞으로 이런 부분은 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장관께도 '식당에 갈 때는 이런 부분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기부는 비효율과 예산 낭비를 명목으로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올해 대비 1조 2658억 삭감하면서 현장 연구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수많은 과학자들과 대학원생들이 연구중단과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현장의 연구자를 챙겨야 할 과기부 수장과 1차관이 국민의 세금을 흥청망청 쓴 일이 드러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