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빠르게 반등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전고점 턱밑까지 급등하자 수요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이 더딘 수도권이 상승폭을 확대하며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번지는 것인지 시장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주(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13% 오르며 전주(0.11%)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전주에 이어 0.10% 오르며 상승 폭을 유지했지만 인천과 경기는 모두 상승 폭을 키웠다. 인천은 0.07% 오르며 전주(0.0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경기는 이번 주(0.16%), 전주(0.14%)보다 상승세가 거세졌다. 경기는 서울보다 한 달 늦은 6월 셋째주(19일 기준) 상승 전환했지만 9월 첫째주(4일 기준) 상승 폭이 서울을 넘어선 뒤 5주 연속 서울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의 숨 고르기는 올해 5월 상승 전환한 후 이어진 급격한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과 최근 금리가 상승하는 흐름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부터 올해 9월까지 같은 단지에서 동일 면적이 거래된 서울 아파트를 대상으로 최고가 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 전고점 평균은 12억 6695만원, 올해 최고가는 평균 11억 1599만원으로 전고점의 88%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다시 오름세로 접어든 금리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응답자 중 58.1%가 2022년과 비교해 현재 이자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직방이 지난해 10월 조사한 내용과 비교해 보면 2022년에는 대출이자가 4% 이상이라는 응답이 절반이 되지 않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대출이자가 4% 이상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와 금융 비용 부담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 증가세도 주춤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2413건으로 3000선이 깨졌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0월 559건을 찍은 뒤 꾸준히 증가해 4월 3000건대로 진입했지만 9월 거래량이 다시 3000건 미만으로 떨어졌다.
박종민 기자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는 주춤해졌지만 수도권, 특히 경기에서는 상승세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서울보다 한 달 늦은 6월 상승 전환한 경기는 꾸준히 상승 폭을 키워오다 휴가철에 잠시 상승세가 잦아들더니 8월 중순 이후 다시 상승 폭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특히 9월 둘째주(11일 기준) 서울의 상승 폭을 넘어선 경기는 서울의 상승률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가운데 서도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경기의 이런 '선전'은 과천과 성남 수정, 하남, 광명 등 지역 내 선호 지역들의 약진이 이끌었다.
5월 셋째주 서울과 함께 상승 전환한 과천과 하남은 경기 전체가 상승 전환한 6월 셋째주부터 18주 연속 0.30%대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오고 있다. 위례 신도시가 있는 성남 수정도 7월 둘째주 이후 14주 연속 0.30%대의 상승률이 계속되고 있고 화성과 영통, 안산 등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런 강한 반등세는 경기 동쪽,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된 경기 동남권에 집중된 것으로 이외의 지역과는 온도 차가 있다.
경기 역시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힘입어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하긴 했지만 서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회복 수준이 낮은 점도 서울과 경기의 온도 차를 만든 배경으로 분석된다. 경기 아파트 전고점 평균은 평균 가격은 6억 2785만원, 올해 최고가 평균은 5억 2012만원으로 전고점의 83%까지 올라온 상태다. 집값이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회복 속도가 다소 더딘 것이다.
다만 경기 역시 서울처럼 가격은 단기 반등했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9월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 8만 837건 가운데 6억원 이하 거래량은 6만 173건으로, 전체 거래 중 6억원 이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74.4%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1~9월 기준)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021년 76.3%에서 2022년 77.7%로 증가했다가 올해 다시 74.4%로 떨어졌다.
가격 급등의 피로감 등으로 최근 거래량도 줄어든 상황이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9월 경기 아파트 거래 건수는 7181건으로 집계됐다. 경기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9월 2593건을 기록한 뒤 거래량이 회복되기 시작해 올해 5월 1만 7건까지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이후 거래량 9천건 대를 유지하다 9월 거래량이 8000건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서울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향후 수도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수도권 중저가 지역과 입지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둔화된 상태"라며 "3기 신도시 개발과 GTX 신설역 인근 지역의 호가는 올라가고 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발 호재는 더 많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이 없어지고 실수요자들도 단기간 급등한 가격에 따른 피로감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어 희망가격 격차에 따라 거래는 더 둔화되면서 '강보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