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통계청장이 12일 오전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준비하는 가운데 국정감사장 모니터에 자료화면이 보인다. 연합뉴스 통계청을 상대로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조작 의혹을 두고 여야간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전정부 흠집내기를 위한 억지라고 주장했고, 여당에서는 감사 결과를 옹호하며 통계청을 질타했다.
12일 대전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핵심은 2017년 2분기 통계청이 가계소득에서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취업자 가중값'을 준 부분이 조작인지 여부였다. 감사원은 당시 가계소득이 감소로 전환하자 일부러 가중값을 줘서 수치를 조작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여당 "통계 조작은 국기문란, 역사왜곡보다 나빠"
5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통계청 건물 내부 모습. 대전지검은 이날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통계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통계청 등을 압수 수색을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여당에서는 통계청의 통계 조작을 기정사실화하며 질타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2018년 소득분배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소득분배가 개선된 것으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계 설계 부서 담당은 가중값이 불안하다며 반대했지만, 황수경 청장의 승인도 없이 패싱했다"며 "통계 조작은 국기문란 행위"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배준영 의원은 "지난 정부 통계 조작은 국가 내비게이션 조작 사건"이라며 "역사 왜곡보다 더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송언석 의원은 소득주도 성장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통계청이 사적 이전지출 효과를 제외한 웨이브7 기준을 뒤늦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소득이 개선됐다며 소득주도 성장 효과라고 선전했는데 2021년 웨이브7 기준이 소급 적용해 발표된 2017년 4분기 결과를 보면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온다"면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웨이브7 기준으로 조사가 됐는데 가계동향 조사는 소득분배가 개선된 것처럼 호도하기 위해 적용을 늦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보정 작업일 뿐 조작 아냐, 흠집내기 정치 감사"
반면 야당은 전 정부 흠집내기용 표적 감사라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통계청 내부 문건에서도 '취업자 가중값은 조사 변화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무응답보정 처리 과정에서 있었고, 통계 조작이라고 보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해명이 올라왔었다가 1시간만에 삭제됐다는 점을 상기하며 "통계청 직원들이 수치를 조작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즉, 당시 표본수가 8500개에서 5500개로 줄어들자 이를 보정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가중값을 뒀을 뿐 조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전 정부 흠집내기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감사원의 이런 식의 무리한 방식은 역사적으로 분명히 평가를 받을 것이다. 감사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행태는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시기상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조작할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2017년 1분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데 왜 BH(청와대)가 소득분배 악화에 대해서 우려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소득주도성장이 발표된 것도 2017년 7월이다. 청와대가 2분기 가계소득 0.6% 감소에 그렇게 부담을 느낄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당 양경숙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감사원이 문재인 정권의 대표적인 주요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흠집 내기 위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감사원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서 정권의 하수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보인다"며 "표적감사, 정치감사를 하는데 통계청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통계청 이른 사과 발표에 野 질타 이어져, 청장 "결과 지켜볼 것"
이형일 통계청장이 12일 오전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쏟아진 전임 정부 통계 조작 의혹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직후에 통계청이 이를 시인하는 듯한 사과 입장문을 발표한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이형일 통계청장은 "이런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라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2017년 '취업자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부서 간의 견해차에도 조사 담당인 복지통계과가 가중값을 적용했다"며 "(가중값 변경을) 여러 부서 간 관련자들이 모여서 논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중값이 어느 정도 변경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내규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절차 개정이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의 승인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위임전결 규정상 통계청장 승인은 의무 사항은 아닌 걸로 안다"면서 "다만 관련된 이유가 적시되지 않아서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