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 연합뉴스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유기한 정유정이 법정에서 "피해자 가족을 생각해 사체를 유기했다"는 다소 황당한 증언을 내놓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증언대에 선 정씨는 검찰 측이 범행 동기를 묻자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이 있었나"라고 다시 물었고, 정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면 힘들게 사체를 훼손해 유기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정씨는 "(범행 당시) 방에서 (피해자) 가족사진을 보게 됐다. 그걸 보고 실종으로 꾸며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된(살해당한) 걸 알면 유가족이 못 살 것 같았다. 실종으로 꾸며 어딘 가에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하려 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검찰은 재차 "피해자는 살해했지만, 피해자 가족을 생각해서 실종으로 꾸미려 했다는 거냐"라고 되물었고, 정씨는 "(피해자 가족이) 충격받아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잖아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범행 이유에 대한 정씨의 다소 황당한 답변은 이날 재판 내내 이어졌다.
재판부가 정씨에게 "개인적 사정과는 무관한 피해자를 왜 살해했나"고 추가로 질문하자, 정씨는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다. 환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에 "꼭 모르는 사람을 죽여야 했나"고 재차 묻자, 정씨는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무모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함께 가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미리 준비해 간 도구 중에 본인의 목숨을 끊는 건 하나도 없었다. (시신을 옮길) 캐리어까지 준비해 간 건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정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경찰에) 잡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정씨의 불우한 성장 과정과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씨의 친할아버지는 "지난해 7월부터 정유정이 평소와 다르게 화를 잘 내기 시작해 구청 담당자에게 문의했고, 2차례 심리검사도 권유했으나 본인이 거부했다"며 "구청 직원이 '우울증이 있어 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했고, 방을 어질러놓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정씨가 중학교 시절까지는 여러 상을 받는 등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고등학교 때부터 생활 수준 등을 이유로 친구들과의 교류가 끊어졌다는 취지의 증언도 나왔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 달 6일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