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해리 매과이어, 조던 헨더슨. 연합뉴스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야유를 보내는 자국 축구 팬들을 향해 "진정한 팬이 아니다"며 발끈했다.
영국 현지 축구 매체 '90MIN'은 18일(현지 시각) 지난 14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호주의 A매치가 끝난 뒤 매과이어의 인터뷰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매과이어는 "제대로 된 잉글랜드 축구 팬이라면 선수들을 야유하지 않는다"며 비판 섞인 의견을 드러냈다.
매과이어와 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우디 리그로 이적한 헨더슨. 헨더슨 SNS 캡처사실 잉글랜드 팬들의 야유를 받은 당사자는 매과이어가 아닌 대표팀 동료 조던 헨더슨(알 이티파크 FC)이다. 헨더슨은 공개적으로 LGBTQ+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축구 선수다. LGBTQ+란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약어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 진영 안팎에서 사용되는 단어다.
논란은 헨더슨이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알 이티파크 FC로 이적하면서 불거졌다. 사우디에선 동성애가 중범죄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헨더슨은 이적 당시 다수의 LGBTQ+ 지지자들로부터 "상처와 분열을 초래한다", "배신"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지난 2014년 커밍 아웃을 선언한 독일 전 국가대표 토마스 히츨슈페르거도 당시 자신의 SNS에 "나는 한동안 헨더슨의 지지가 진심일 것이라고 믿었는데, 내가 바보였다"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헨더슨 SNS 캡처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호주의 A매치.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헨더슨이 후반 17분 키어런 트리피어와 교체 아웃된다는 소식이 전광판에 떴고, 관중석에서 홈 팬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90MIN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예선 C조 이탈리아와 경기에서도 "헨더슨이 벤치에서 나올 때 전보단 친절한 대우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에선 야유 소리가 들렸다"고 보도했다.
해리 매과이어. 연합뉴스
이에 팀 동료 매과이어가 "올바른 잉글랜드 팬들은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지 않는다"며 헨더슨 변호에 나선 것. 호주전이 끝난 뒤 매과이어는 "진정한 팬은 조국을 위해 뛰는 선수들을 야유하지 않는다. 평생을 바쳐 조국, 팬, 가족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남기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야유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난 잉글랜드 최고의 팬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들은 내 바로 뒤에 있고 헨더슨 뒤에도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매과이어는 "야유 소리가 들리지만 그들은 잉글랜드 팬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매과이어도 헨더슨에 대한 야유의 아픔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를 상대로 득점 후 기뻐하는 케인. 연합뉴스당시 경기에서는 잉글랜드가 올리 왓킨스(애스턴 빌라)의 골로 호주를 1 대 0으로 꺾었다. 이어진 이탈리아와 경기에선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멀티 골에 힘입어 3 대 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최근 A매치 5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