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발표를 강행할 경우 전국 14만 의사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힌 대한의사협회. 이은지 기자대한의사협회(의협)가 19일
의대정원 확대규모가 빠진 채 발표된 정부의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대해 "정부가 공백 없는 필수의료 보장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당초 앞서 정부가 이날 의과대학 정원 증원 폭을 발표할 거란 전망이 이어지자,
"일방적 발표를 강행할 경우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던 강경 노선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실제로 관련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면서도 향후 의대정원 확충 규모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그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열악한 환경, 저수가, 의료사고 법적책임 문제 등 지원대책 부재로 인해 기피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며
"필수의료 확충방안 마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잇따르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소아청소년과의 위기 등을 들어 "국민들의 우려는 여전히 높다"며 "지역 인구와 의료자원 편중, 열악한 지역의료 인프라로 인해 지역 간 의료 격차도 심화되고 있는 등
필수·지역의료의 육성과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 의료계도 크게 공감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발표가
올 1월 꾸려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필수의료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성과라고도 강조했다. 응급의료 및 소아의료체계, 심·뇌혈관질환 관리 등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대책들의 연장선상이라는 취지다.
의협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필수의료의 공백과 시스템 위기라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필수의료 현장의 실질적 취약점을 개선하겠다"며 "필수·지역의료에 대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지원방안이 지속적으로 보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아울러 정부가 '공식적으로' 의대정원 증원계획을 확언한 적은 없다는 점에서 "최근
국민 건강과 밀접한 의료현안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주요 매체에서 폭넓게 다뤄졌다"며 "보도준칙과 윤리에 어긋남이 없는 언론의 전문성 또한 수호되길 기대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의사 수 늘리기보다, 필수의료 분야로의 인력 유입을 위한 지원 확대 및 의료사고 관련 '사법리스크 완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기존 주장도 거듭 강조했다.
의협은 "응급·중증·소아·분만 등의 필수의료 기피 및 붕괴의 근본적 문제를 극복하고 필수의료가 정상화될 때까지
필수의료 종사자의 법적부담 완화 및 충분한 보상 등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강력하고 획기적인 후속대책 방안들을 집중적으로 모색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 반영을 목표로 의대정원 증원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의·정이) 충분히 서로 문제점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며 "(이견이 생길 시) 가정적으로 (의협이) 파업을 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하는데, 그런 일이 없도록 열심히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을 주장해온 시민사회계에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돈벌이 위주의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서 위기의 지역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부 대책을 환영한다"면서도 "의대 입학정원 1천명 증원안이 발표될 거란 관측과 달리
증원규모 등이 빠진 것은 의협의 강경투쟁 방침에 정부가 뒷걸음치며 지난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처럼 여야 정치권이 정쟁이 아닌 한 목소리로 의대정원의 획기적 확대를 환영하고 국민 대다수가 적극 지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국민만 보고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경실련은 "문제는 국립의대와 국립대병원이 없는 지역은 정부 정책의 혜택에서 소외돼 의료격차가 더 심화될 거란 점"이라며
"의대정원 증원과 함께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은 우선적으로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