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에 입장하며 경제인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의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에서 우리 기업들이 수주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네옴시티는 전세계의 모든 기술과 역량을 총동원한, 그야말로 현대의 만리장성"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대대적 참여가 필요하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70년대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동 진출이 당시 오일 쇼크 위기를 극복하는 디딤돌이 됐다"면서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우디 순방에서 우리 '팀 코리아'는 156억불 이상의 수출·수주에 대한 MOU(양해각서)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소중한 마중물"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다. 어렵고 불합리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달라"며 "기업이 성장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정부가 지원하는 게 바로 경제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뛰고 또 뛰겠다"고 말하자 기업인들은 박수를 보냈다.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대기업 총수와 김기한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와 김만용 주식회사 피라인모터스 사장, 김흥식 유진SMRC 대표 등 중견·중소기업 대표를 비롯한 경제사절단 18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선 "한국이 보유한 첨단 도시건설 역량을 결합한다면 양국이 함께 미래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사우디가 굳건히 다져온 토대 위에 기술 변화 및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프라 경제협력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컴퍼니 대표의 안내로 네옴 전시관 내의 더 라인(The Line)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는 전시물을 관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전날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앞서 가진 양국환담에서 "사우디는 삼성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휴대전화 사업뿐 아니라 사우디 최초의 메트로 건설사업, 네옴 프로젝트도 같이 하고 있어 협력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사우디 비전 2030' 실현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참석을 계기로 자푸라 2 가스플랜트 패키지2 사업(약 24억 달러)과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모듈러 사업 협력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 디지털 인프라 구축 MOU 등의 계약이 체결됐다.
특히 자푸라 2 가스플랜트 패키지 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아람코가 보유한 중동 최대 셰일가스 매장지인 자푸라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이후 양국 정상 간 신뢰의 결과물로 지난 6월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아미랄 프로젝트(약 50억 달러) 수주에 이은 성과다.
네이버와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간 체결하는 디지털트윈 플랫폼은 사우디 5개 도시에 현실 공간과 똑같은 가상 디지털트윈을 구축해 도시계획과 관리,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으로서 현 정부의 '디지털플랫폼정부' 수출 1호 사업으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은 또 '청년, 미래를 이끄는 혁신의 주인공'이라는 주제로 한 킹 사우드대학교 강연에서 자동차 산업 협력에 대한 질문에 현대자동차그룹과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건설하는 반조립 제품(CKD) 자동차 공장을 언급하며 "현대자동차와 사우디가 함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사우디 경제협력의 새로운 변화의 상징이다. 이제 한국과 사우디는 서로 완제품을 교환하는 게 아니라 공동 개발·생산의 시대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전날 양국환담에서 "선대 회장이 사우디 건설사업에 참여한 지 50년 만에 현대차가 사우디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단순히 제품 판매 시장이 아니라 사우디가 중동의 자동차산업 메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사우디 왕립과학기술원(KACST)에서 열린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해 에너지·디지털·바이오·우주 분야 산업 및 연구개발에서 연대·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고 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큰 디지털·청정에너지·바이오헬스·우주 등 4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한국이 사우디와 연대해나가면 사우디의 도전적 목표를 함께 이뤄나갈 수 있다"며 "또 세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만나 양국 간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는데 합의하기도 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약 156억 달러(한화 21조1천억원) 규모의 계약 및 MOU(양해각서) 체결이 이뤄졌다.
사우디의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과 관련해 우리나라와의 파트너십 확장에도 의견을 나눴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스라엘 하마스 무력 충돌과 관련해 인도적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등 안보 정세도 논의했다.
尹, 2박 3일 사우디 일정 마무리…카타르 첫 국빈 방문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4일 사우디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사막의 다보스 포럼'이라고 불리우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포럼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2박 3일 간의 사우디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은 카타르 도하로 이동한다. 사우디에 이어 카타르 국빈방문 역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도하 도착 후 첫 일정으로 도하 국제원예박람회를 방문해 한국관을 포함한 전시 구역을 참관할 예정이다.
도하 원예박람회는 '녹색 사막, 더 나은 환경'을 주제로 개최 중이며, 우리나라는 우수한 스마트농업 기술을 보여주는 한국관을 운영하면서 원예박람회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스마트팜 수출 기업과 청년 기업인을 격려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과 스마트농업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스마트농업 수출 업계의 의견도 청취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카타르에서도 '제2의 중동붐'을 위한 경제외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카타르 국빈 방문에는 59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