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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태원 참사 1주기…"진실 밝히자" 서울 곳곳 추모행렬

사건/사고

    [르포]이태원 참사 1주기…"진실 밝히자" 서울 곳곳 추모행렬

    서울광장 가득 메운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참사 현장인 이태원 '기억과 안전의 길'에도 추모 발길
    유가족들 "진상규명·특별법 제정하라"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10·29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박희영 기자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10·29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박희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픈 마음과 고통의 순간을 위로받으면서 1년 전의 악몽 같은 시간을 돌아보며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는 이 시간은 결코 정치집회가 아닙니다. 참사 이후 우리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1년 전 참사가 발생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 인근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행진했다.

    이날 오후 5시 시민추모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옆 연단에 선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159명이 별이 돼 사라진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도대체 어떤 이유로 하늘의 별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답을 듣고 싶다"며 "참사 앞에는 여야가 없고 모두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특별법 통과에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참사 당일 이태원에 놀러 갔었다던 신명철(22)씨는 다행히 참사가 일어난 골목 현장 안에 있지는 않아 화를 면했지만, 곁에서 희생자들의 모습을 본 목격자다. 신씨는 "작년 참사로 많은 분이 희생됐는데 그 이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이 지나가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며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저도 충격이 컸는데 벌써 1년이 됐다는 것도 좀 놀랍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희생자 유족들에 힘을 보태는 한편, 참사 이후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은 데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남편과 함께 참사 현장부터 서울광장까지 행진에 참여한 용산구민 정규정(46)씨는 "용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제대로 된 진상도 밝혀지지 않고, 책임자들도 처벌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정씨는 "저희 아이가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친구(이재현군)를 기억하고 자기도 추모제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또 참사 주요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 "(자리에서) 당연히 내려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되기 때문에 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내와 함께 주말 나들이를 나왔다가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지켜보던 이욱순(43)씨는 "여러 매체를 통해 최초 신고가 6시 45분쯤에 있었는데도 실질적으로 소방과 경찰 인력이 수습을 시작한 게 거의 10시 40분쯤이라고 들었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IT 강국인데 왜 바로 조치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 입장에서 공개된 정보를 통해서 볼 때는 정권의 치적 쌓기에 따른 인재였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의미로 책임자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며 시민추모대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행사 시작 20분 전부터 시민추모대회 현장에 와있던 60대 남성 임모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수장으로서, 대통령으로서 와서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며 "'내가 미안하다. 늦어졌지만'하고 사과해야지, 유가족한테"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70대 여성 박모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가 죄가 크니까 이 자리에 못 나타나는 것"이라며 "죄가 없이 떳떳하면 이 자리에 왜 못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만희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야 4당 대표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앞서 이날 오전부터 1년 전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마련된 추모공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전국에서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추모객들은 포스트잇에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메모를 적어 '추모의 벽'에 붙이기도 했다. '추모의 벽' 앞에는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두고 간 꽃과 과자, 음료 등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10.29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아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가 추모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아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가 추모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4살 아들, 남편과 함께 이날 참사 현장을 처음 와봤다는 서희경(35)씨는 "솔직히 여기 오는 게 조금 무섭기는 했는데, 와보니까 진짜 (다른 시민들도) 와봐야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내리막길인지도 몰랐다. 잊히면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고,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경기 일산에서 고1·중3 자녀들과 함께 참사 현장에 방문한 김미연(43)씨는 "공간이 이렇게 좁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고 얼마나 애들이 아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왜 그때 (대응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밝히지 않고 자꾸 덮으려고만 하니까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시민추모대회 행사 전 오후 1시 59분부터는 4대 종단 관계자들이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나와 기도와 독경을 하는 등 희생자 159명의 넋을 위로했다.

    유족 측은 오는 30일에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참사 1주기 추모 천주교 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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