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직전 사전환담 자리에서 만난다. 윤 대통령이 취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야당 대표와 소통하게 된 만큼,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3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내일(31일) 시정연설 때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라며 "(당내)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대표의 결단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라고 전했다.
그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기념식 등에서 짧게 마주쳐 인사를 나눴을 뿐 공식적으로 소통한 적은 없다. 따라서 이번 사전환담이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사실상 처음 소통하는 자리다.
사전환담은 국회의장·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구성된 5부 요인과, 여야 지도부가 함께 만나는 자리다. 공식 회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에선 이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 전원이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등에 항의하는 의미로 불참하면서 사전환담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시정연설을 두고는 당내에서도 변화된 기류가 읽힌다. 회담 직전까지도 당내에선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만남을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이 대표가 전날 오전 참석하기로 직접 결단을 내렸다. 여기엔 최근 민주당이 다음달 9일 본회의에서 방송법·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고, 동시에 정부에 국정 전환을 촉구하고 있어 이번 환담 참석을 계기로 '책임 정당' 면모를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이 대표가 영수회담과 여·야·정 3자 회담을 먼저 제안한 만큼, 2년 연속 사전환담에 불참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나야 하느냐는 질문에 "제 개인 철학은, 생각이 달라도 만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여야가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 내 피켓 금지, 고성 금지 등 '신사협정'을 맺은 만큼 불필요한 정쟁은 피할 거란 기대도 깔려있다.
이번 대화를 계기로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 등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사전회담이 그간 민주당에서 주장한 '여야정 3자 회담' 형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가 공식 회담에도 해당하지 않아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참석하는 데 의미가 있는, 매너의 자리로 이해해 달라"라며 "시간이 짧고 5부 요인 모두 참석하는 자리라 서로 인사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사전환담은 오전 9시 40분부터 약 20분 가량 이어질 예정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당 대표 순으로 1분씩 모두발언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