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86조원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강화된 대출규제 등이 2~3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현장에서 적용돼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월간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전월 대비 6조8천억원 증가한 1086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가계대출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 8월(6조9천억원) 정도를 제외하면 2021년 7월(9조7천억원)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주담대가 소폭 둔화했으나 기타대출이 증가 전환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큰폭 증가한 것이다.
10월 은행 가계대출 확대 추세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은행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5조8천억원 늘어난 839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세는 지난 8월 7조 원을 기록한 뒤 9월 6조1천억 원, 10월 5조8천억 원으로 둔화세가 일부 나타났다.
이에 더해 기타대출이 증가 전환하며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올들어 꾸준히 줄어들던 기타대출(245조7천억원)은 전월 대비 1조원 늘어나며 증가 전환했다. 이는 분기말 매·상각과 추석 명절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 등으로 줄어들었던 신용대출이 10월 초 연휴소비자금과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수요를 중심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정부 정책의 효과가 일부 있어서 주담대가 8월을 정점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아직은 정부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신청한 대출들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9월보다 다소 확대된 것은 추석 상여금 유입 효과, 분기별 부실 채권 상·매각 등 계절적 요인이 9월에 작용한 뒤 10월에 해소된 영향이 컸다"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강화 기조와 금리 상승, 추석 연휴 이후의 주택매매거래 둔화 등이 두세 달가량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둔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대출은 8조1천억 원 늘며 전월(+11조3천억원) 대비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대기업대출(+4조3천억원)은 회사채 등으로 직접 조달하던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기업 운전자금도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전월(+4조9천억원)에 이어 상당폭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3조8천억원)은 전월말 이연된 대출금 상환 등으로 증가폭이 축소했다. 전월말 추석 연휴가 겹치면서 결제성자금 대출의 상환이 10월 초로 이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