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자지구를 둘러싼 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해석해야 하지만 구약 성서의 내용에 비추어
팔레스탄인을 멸절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복전쟁을 다룬 구약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는데요.
책 '정말 야훼가 다 죽이라고 명령했을까'의 저자를 천수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앵커]
구약성서 중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 이야기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불편해하는 내용 가운데 하납니다.
가나안 족속을 모두 다 없애라는 명령, 하나님의 폭력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책 '정말 야훼가 다 죽이라고 명령했을까'의 저자 곽건용 목사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곽건용 목사 / 미국 LA 나성향린교회]
"현대인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는 어린 아이를 포함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사람 뿐 아니라 가축까지도 숨쉬는 것들은 모두 죽여라 그리고 그 땅을 차지하라는 명령입니다. 이 명령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 명령을 실행했다는 여호수아서의 이야기를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하나님의 계시를 인간이 기록했다는 점에서 구약을 참여적 계시, 하나님과 인간의 공동의 작품이라고 해석한 곽건용 목사.
그는 가나안을 멸절시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명령 그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곽건용 목사 / 미국 LA 나성향린교회]
"(그 예언자가) 어떤 방법을 통해서 그 계시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자기의 생각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자기가 소화한 얘기입니다."
곽 목사는 책을 통해 가나안 정복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약의 기록을 어떻게 읽고, 해석할 것인지 다양한 견해를 폭넓게 소개합니다.
다만, 구약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믿는 신앙은 경계했습니다.
가나안 정복 이야기가 과거 유럽의 식민주의 침략이나 미국의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등 전쟁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이용된 것처럼 지금도 오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곽건용 목사 / 미국 LA 나성향린교회]
"자기들의 욕심에 의해서 전쟁을 하고 학살을 하고 정복을 하면서 그걸 합리화 하는 수단으로 이 이야기를 끌어들였습니다. '걔네 죽여도 돼. 왜? 여호수아 시대 때 하나님이 해도 된다고 했거든' 그러면서 죽였어요. 실제로."
곽 목사는 가나안 정복 전쟁의 명령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무력으로 쫓아내고 지금까지 갈등을 이어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 구약시대의 정복 전쟁이 옳았으니 지금도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오늘날 하나님과 함께 만들어갈 참여적 계시는 평화에 있음을 당부했습니다.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 이정우, 편집 김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