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에서 만난 고우석. 노컷뉴스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은 우승 뒤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KT를 6 대 2로 제압했다. 1차전 패배 후 내리 4승을 챙겨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친 LG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KT를 꺾고 정상에 올라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이자 통산 3번째다.
이날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고우석은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LG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6 대 2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박경수, 조용호, 배정대 등 3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해 승리를 지켰다.
고우석은 경기 후 "공이 다 비슷하게 볼이 돼서 더 안쪽을 노려야겠단 생각으로 던졌다"고 경기 상황을 떠올렸다.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상황에 대해서는 "그냥 아웃일 거라 생각했고, 얼떨결에 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무려 29년 만의 우승이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을 터. 하지만 고우석은 "사실 경기 전에만 그런 이미지가 생각났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배정대를 상대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는 순간에는 내심 삼진을 바랐지만 뜬공으로 처리됐다. 이에 고우석은 "솔직히 (삼진을) 생각했는데, 괜찮다"고 씨익 웃었다.
고우석은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단상에 오르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처음에는 (우승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끝나고 나서 다같이 모이고 나니까 지난 1년이 많이 생각이 났다"고 밝혔다.
올해 유독 눈물을 많이 흘린 고우석이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했을 때 눈물이 났고, 지난달 막을 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이날 3번째 눈물을 터뜨린 고우석은 "항상 질 때마다 울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금메달도 따고 우승도 해서 기쁜 눈물을 흘려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어 "올해만큼 부상이 많은 시즌이 없었다"면서 "내가 크게 도움이 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야구를 하면서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순간에 공을 던질 수 있어서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 '엘린이(LG 어린이 팬)'였던 고우석은 우승 멤버가 된 데 대해 "모르겠다. 지금은 이렇게 (우승을)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작년에도 할 수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마냥 기쁘기만 해야 되는데 아쉬운 기억도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시상대에 서서 우승 소감을 얘기할 때는 내년에도 또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결과는 우승이었지만, 고우석은 이번 시리즈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앞서 3경기(3⅓이닝)에 등판해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80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부상을 입은 탓에 제 기량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고우석은 "아무래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몸에 통증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선수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빠르게 회복해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최대한 지장 없이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트레이닝 파트 코치님들께 감사하다"면서 "큰 부상 없이 이 시리즈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던진 공이 제일 괜찮았던 것 같다. 좋은 공을 던지고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회복도 중요할 것 같고, 그런 것을 코치님과 잘 상의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염경엽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서 다소 부진한 고우석에게 끝까지 신뢰를 보냈다. 이에 고우석은 "선수로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라면서 "컨디션을 떠나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모두 불안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임무를 계속 부여해 주신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장인어른이자 팀의 주루 코치인 이종범과 함께 우승을 합작했다. 야구계에서는 흔치 않은 우승 조합이다.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한 고우석은 "(이종범) 코치님이 한국시리즈에서 져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면서 "그런 기운을 받아서 우승을 할 거라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다"고 말했다.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을 마친 고우석은 "1년을 너무 전투적으로 치렀던 것 같다"면서 "힘든 것도 모르고 지나온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순간 없이 항상 똑같은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