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리문화의전당 4년 차 직원 A씨. 직장 내 괴롭힘을 내‧외부에 신고했고, 돌아오는 건 조치가 아닌 '보복'이었다. 회사는 휴가 중인 그의 책상을 뒤진 후 MP3 파일을 동의 없이 확인하는가 하면, 그를 주차장에서 집단 감금하기도 했다. 신고 이후 A씨를 되레 고소하는가 하면, "(A씨로 인해)4만 원이 잘못 지급됐다"며 없는 규정을 만들어 그에 대한 징계를 예고하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회사 등에 알린 피해자들은 오히려 '보복'을 당하며, 괴롭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당국은 회사가 신고를 이유로 보복하는 경우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보복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법이 유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감히 신고해"?…괴롭힘 신고자는 고소로 '앙갚음'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린 신고인들은 신고 이후 '보복 갑질'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유형별로는 따돌림·차별·보복(40.6%)이 다수를 차지했다. 부당지시(35.4%)와 폭행·폭언(31.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직장갑질119에 '회사 또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고 제보한 피해자 67건 중 36건(53.7%)이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하는 '보복 갑질'로 고통받았다.
피해 신고 후 되레 업무방해 등 '소송'에 휘말려 보복 갑질을 당하는 경우 등이다.
A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앞서 전북인권위로부터 판단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3명 등은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그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 고소했다.
또 전당 측은 "A씨가 공문서의 서명을 위조해 교육비 4만 원이 잘못 지급됐다"며 규정에 없는 새로운 징계 조직을 만들고, 조사 기한을 3일로 제한하는 등 A씨를 압박했다.
지난 1일 비정규직이제그만전북공동행동은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직장 내 괴롭힘' 기자 회견을 열었다. 김대한 기자신고 이후 괴롭힘 피해자 징계…"보복성 인정 어려워"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가 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피해자의 근무지를 기준으로 각 지청이 보복성 여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장에선 이 같은 법은 유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피해자에 대한 징계가 신고를 이유로 이뤄졌다고 인정하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며 "처벌 조항을 피해 다른 사유를 들먹이며 신고인에 대한 징계로 해임을 유도하는 만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신고를 '소송 갑질'로 대응하는 행태도 있지만, 이를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 역시 마련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의 위법성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회사 측에서 내세운 징계 사유의 시기, 동종 사안과의 징계를 비교하는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신고인의 신고 시기에 따라 신고자에 대한 징계를 보복성으로 보지 않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 피해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전이 아닌, 신고 이후 사측이 징계 사안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절차가 이뤄지는 경우다.
도내 한 노무사는 "회사 측에서 보복은 여러 이유로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며 "보복 조치는 피해자에 대한 소송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피해자 혼자 괴롭힘에 이어 보복까지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감사 제한적…인권위 권고 미이행에도 '불이익' 없어
전라북도인권위원회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경고 판단을 내려도 권고에 그치는 실정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기관이라 하더라도 '위탁기관'의 경우 갑질 조사 권한이 조례에 담겨있지 않아 감사에 제한도 있다. 현행 서울시를 제외한 16개 행정구역은 위탁기관 내 직장 갑질 조사에 대한 권한이 없다.
전북인권위 관계자는 "권고 미이행 사례는 현재까지 없었지만, 따로 강제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전북도 감사실 관계자는 "서울시의 사례를 분석해 (위탁 기관에 대한)갑질 조사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북도의회 오현숙 의원(정의당·비례)은 "조례에 직장 갑질에 대한 감사가 가능한 기관에 출연기관의 민간 위탁은 빠져 있는 상황이다"며 "조례 개정을 통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