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은 허위 입원 환자를 양성해 보험금을 받아 챙긴 병원 관계자와 환자 등 469명을 검거했다. 2009년 이후 해당 병원과 환자가 부당하게 받아 챙긴 보험금은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병원 압수수색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10년 넘게 의사 면허를 대여한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허위 입원 환자를 만들어 50억 원이 넘는 요양급여를 받아 챙긴 병원 관계자와 환자 수백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4월 부산 서구 A의원. 한 여성 환자가 엑스레이 등 기본 검사를 받은 뒤 입원 수속을 밟았다. 수속을 마친 여성은 병실이 아닌 출입구로 발걸음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빠져나갔다. 얼마 뒤 또 다른 여성 환자도 정상적인 수속을 거쳤지만 입원하지 않고 그대로 병원을 떠났다. 이처럼 입원 환자로 등록까지 마친 뒤 입원하지 않고 병원을 나서는 환자는 계속해서 목격됐다.
알고 보니 이 병원은 이른바 '사무장병원' 형태로 통원 치료 환자 수백 명을 입원 환자로 둔갑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병실수는 23개에 불과하지만 하루 입원 환자가 최대 58명에 달하는 등 병원 규모에 비해 입원 치료 환자가 지나치게 많은 점을 이상하게 여긴 금융감독원과 보험사, 경찰은 조사 끝에 보험사기 행각을 확인했다.
부산경찰청. 송호재 기자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 병원 대표 B(50대·남)씨는 지난 2009년 의사 2명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설립했다. 이후 병원에 찾아와 통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입원 환자로 등록한 뒤 2~3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들었다.
면허를 빌려준 의사 2명은 병원에서 근무하며 기본검사 등 진료를 봤지만, 입원 여부 결정이나 서류 발급 등 결정은 사실상 대표인 B씨가 모두 맡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은 B씨가 발급한 허위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 부당한 보험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환자는 여러 보험사에 동시에 가입하고 특히 입원 일당이나 간병비, 입원 진료비 등 입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골라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A의원이 2009년부터 이 같은 수법으로 부당하게 받아 챙긴 요양급여비는 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19개 주요 보험사가 이 병원 환자들에게 부당하게 지급한 보험금도 50억 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의원은 엑스레이 촬영 등 실제 입원 전 검사를 거쳐 이를 바탕으로 진료기록부나 처방 내역 등을 만들어 보험사 등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올해 초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지난 5월 압수수색까지 당하며 보험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결국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B씨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의사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병원 환자 466명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또 11억 2천만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환수·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보험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초래하는 민생범죄"라며 "보험 사기 행각에 대한 엄정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