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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이어 금융당국도 은행에 '레드카드'

금융/증시

    윤석열 대통령 이어 금융당국도 은행에 '레드카드'

    김주현 "국회 횡재세 규모 금융지주사들이 인식한다고 생각" 압박
    은행권 초과이익 통한 상생금융 확대 독려
    '종노릇' '독과점' '횡재세' 이어 "역대급 이익" 연일 비판
    횡재세 도입 선그으면서 은행권 자발적 지원 유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은행들의 누적 이자이익이 44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천만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20일 국내 금융지주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의 레드카드를 뽑아들었다.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는 은행들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포함한 금융취약 계층을 위해 서둘러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 성격이 짙다.

    은행들의 현재 금융 지원 방안 충분치 않다고 인식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 은행의 이런 독과점 행태는 이건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지난 1일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윤석열 대통령 발언)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6일 금융업권협회 간담회 김주현 금융위원장)


    올해 초 '공공재' 발언으로 은행을 압박하고 나섰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에도 '은행의 종노릇', '갑질', '횡포', '독과점' 등의 단어를 동원하며 은행권을 비판하자 금융당국도 연일 행동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친 표현에 비해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차분하지만, 금리 상승기 예대마진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 일명 '돈잔치' 논란의 중심에 선 은행권을 마냥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우리 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다시 한 번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지주회사 간담회'에서 나왔는데, 이 자리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 등 국내 8대 은행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막대한 은행 이익이 단지 금리상승 등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며 지난해부터 지속된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어 "금융회사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 범위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윤 대통령의 '종노릇', '독과점' 발언이 나온 직후인 이달 초부터 취약계층의 이자 감면과 상환 유예 등에 초점을 맞춘 금융 지원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 대상 1천억원 규모 금융지원'(하나은행), '1050억원 규모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금융 패키지'(신한금융), '저금리 대환 대출 확대·이자 면제 등 상생금융 TF 발족'(우리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도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국민의 역대급 부담 증대'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추가 압박했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이 고민 중인 상생 금융 지원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함께 자리한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탄탄한 건전성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 중개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면서도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구체적으로 당부했다.

    '앉아서 돈버는' 영업행태 불만…3분기 누적 이자수익 최대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당국 수장들의 잇달은 은행권 압박 배경에는 코로나19와 고금리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소상공인·청년층 등 일반 서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반면 은행권은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 추세와 고금리 속에 이자수익으로만 '앉아서 돈버는' 영업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이익의 원천이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6일 김주현 위원장), "올해 은행의 이자 수익이 아마도 60조원 수준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자면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를 다 합친 것보다도 영업이익이 크다"(6일 이복현 원장) 등의 발언도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불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들의 누적 이자이익은 44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40조6천억원)보다 8.9%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천억원이었는데, 대출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3분기 이자이익만 14조8천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천억원 늘었다.

    여기에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소득은 1억1006만원으로 집계됐다. 혁신이 아닌 이자장사로만 임직원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횡재세' 도입엔 선그었지만…"금융지주, 횡재세 논의 인식"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지주회사 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들의 상생금융 지원 규모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자영업자·소상공인·청년층의 향후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등 자회사와 추가 논의를 거쳐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을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일명 '횡재세 도입'이 검토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지주사 입장에선 서둘러 정부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상생 금융안을 발표할 필요성도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횡재세 도입)은 지난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 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여당과 금융당국은 조세 형평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이유로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들이 2조원에 육박하는 '상생금융 기여금'을 강제로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논의되는 금융권의 자발적 '상생금융' 규모가 최소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들도 국회 내 횡재세 논의를 참고해 국민이 어느정도를 바라고 있는지 감안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구체적으로 상생금융 규모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되는 횡재세보다는 은행권이 자발적인 공동 출연과 상생금융 확대를 통해 금융 취약계층을 적극 지원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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